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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억원어치 현금화…지분율 8.52%서 2.75%로
삼천리의 2대 주주이자 미국계 투자자문사인 바우포스트가 삼천리와 소액주주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지분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투자자문사인 바우포스트그룹은 지난 9~17일 23만3,989주를 처분해 241억원을 현금화했다. 이에 따라 바우포스트의 지분율은 8.52%에서 2.75%(11만1,322주)로 줄었다.
특히 소액주주 연합이 주주제안 형식으로 대표이사 해임과 배당금 증액, 유상감자 등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10만8,000원까지 급등한 지난 16일에는 15만2,513주를 주당 평균 10만7,426원에 매도했고 이튿날에도 주당 10만427원에 2만8,193주를 팔아치웠다.
삼천리 소액주주들은 지난 10년간 회사가 4배의 외형성장을 이뤘는데도 주가가 8년전 수준에 머무는 것은 경영진이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고 바우포스트와 헌터홀자산운용 등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동참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바우포스트가 주식을 대거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외국계 투자가의 지분 매각에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 모임 관계자는 “주주총회의 주주권 행사 자격은 지난해말 지분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바우포스트는 당시 지분율 10.9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바우포스트는 삼천리의 낮은 배당성향에 실망했고 8년간 투자 끝에 손해만 보고 지분을 정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호지분을 31.5% 보유한 이만득 회장과 경영권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2대주주인 바우포스트가 지분을 처분하면서 소액주주들로서는 사실상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렸다. 경영권 분쟁 후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대 주주 자리를 내놓은 바우포스트가 이번 주주제안에 힘을 실어 줄만한 의지가 있겠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대웅ㆍ경동제약ㆍ환인제약 등 중소 제약회사에 장기 투자하는 자문사로 국내에 잘 알려진 바우포스트는 2004년 비제약주로는 처음으로 삼천리에 투자해 2008년 4월 지분율을 13.24%까지 높였다. 그러나 2010년 10월부터 줄곧 지분을 매각했고 이 기간 약 426억원을 현금화했다. 바우포스트의 주당 평균 매입가격이 10만9,324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간의 현금화로 이미 3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현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나머지 보유지분 역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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