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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보유자인 양승희 씨는 가끔 머리가 아프고 숨쉬기가 불편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양 씨의 남편 노만균 박사는 아내를 위해 작은 플라스틱 상자를 만들어 고체 산소를 담고 조그만 프로펠러를 달았다. 말하자면 휴대용 산소 발생기였던 셈이다. 산소를 고체화시킨 산소 발생기는 노 박사가 미국 해군연구소에서 파견 근무를 할 때 나사(NASA)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였다. 아내 양 씨의 반응은 놀라웠다. 고체산소를 가지고 다니며 짬짬이 산소를 마시자 두통과 호흡 곤란이 사라졌다. 고체 산소의 효능을 직접 체험한 부부는 이를 상용화하기로 하고 특허를 받아 JC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를 설립, 사업을 시작했다. 남편의 아내 사랑이 사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JC테크놀로지스의 고체 산소 제품은 ‘고체산소’ ‘옥시피아’라는 상품명으로 현재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에 납품되고 있으며 소비자 반응도 꽤 좋은 편이다. 최근 들어 산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종 산소 발생기, 산소 캔, 먹는 산소, 산소 음료, 산소 화장품 등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편으론 산소 카페, 산소 휴게실 등 산소를 도입한 사업이 계속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고체 산소는 다른 산소 제품과는 개념이 확실히 다른 제품이다. 산소를 알루미늄 캔에 압축해 담은 산소 캔 등과는 달리 고체 상태로 산소를 저장해 서서히 공기 중에 산소가 퍼지게 하는 제품이다. 끓는 점이 매우 낮아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산소를 고체화 한다는 개념이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상품화 된 고체 산소의 모양은 꽤 단순하다. 흰색 분말이 통 안에 담겨 있는 형태다. 노 박사가 발명한 고체 산소는 메탈 세라믹에 산소 분자를 화학적으로 결합시킨 일종의 과산화물. 이 고체 산소에 공기 중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닿으면 산소 분자가 공기 중에 방출된다. 공기 중 몸에 나쁜 물질이 고체 산소에 닿아 흡착돼 사라지는 대신 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로, 소규모 우주선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산소 발생기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현재 이 제품은 국내 및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특허를 받았으며 다른 여러 국가에 특허 출원 중이다. 노 박사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산소를 발생시키는 것은 나무가 하는 탄소동화작용과 같다”면서 “각종 산화물질 및 포름알데히드 등 새집증후군과 관련된 화합물까지 없애주기 때문에 나무 보다도 좋다”고 설명했다. 노 박사는 또 “두뇌활동이 많은 수험생과 맑은 산소가 많이 필요한 신생아에게 특히 좋다”고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유명 학자들이 “대부분의 현대 질병은 산소 부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하면서 산소의 건강 효능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기 중 20.9%를 차지하는 산소는 조금만 적어도 몸에 이상을 끼친다. 산소 농도가 4% 이하에서 인간은 즉시 사망하고 19~20%에서는 가슴이 답답하고 투통 식욕부진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에어컨을 오랫동안 켜 둔 사무실이나 차량 안에서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도 주로 산소 부족 탓이다. 대기 중 산소가 21%를 넘어서면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호흡이 가뿐해지며 단시간 내에 피로가 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체 중 산소에 가장 민감한 부분은 바로 뇌다. 때문에 산소를 상업화 한 제품들은 수험생과 어린이 등을 타겟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직장인, 임산부, 운동선수, 장거리 운전자, 천식환자, 노인, 암환자, 심장 질환자 등도 산소 발생기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향후 일정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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