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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조기 인하·해외 투자 활성화로 달러 흐름 분산을

[기로에 선 외환관리] 2부 <중> 외화의 물꼬를 터라<br>국내외 금리격차 줄여 자본수지 흑자규모 축소 외화 초과공급 완화 유도<br>PF등에 발목 잡힌 금융사 정부 차원 지원책 만들어 해외로도 눈 돌리게 해야

서울 을지로의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금고의 외화를 정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정부의 거시 정책뿐 아니라 국내에 넘치는 달러 유입을 억제하는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제 DB


원ㆍ달러 환율이 수출기업의 마지노선인 달러당 1,050원대까지 내려앉자 정부가 환율을 단순히 '방어'하는 현재의 방식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변동폭이 큰 한국 외환시장의 고질적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환율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이용해 외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이 좀 더 탄력적인 통화(금리)정책을 펼치는 한편 민간회사에는 해외투자의 길을 열어 달러 수위를 조절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틀어막기 식 대응에는 한계 있어=미국과 일본의 무차별적인 양적완화는 전에 없던 특수한 상황이다. 정부가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인 '자본건전성 3종 세트'가 효과적으로 버텨줬지만 자금유입이 더욱 거세지자 추가 대책을 짜내야 하는 정부는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다고 직접적인 시장개입은 오히려 국제금융시장 흐름을 거슬러 자칫 다른 국가들로부터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언제든 통상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화를 직접 매입하거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달러 흐름을 분산시키는 대응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중 하나가 국제수지를 조절해 환율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국제수지는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원화절상 압력이 높은 것도 외국인 투자와 함께 경상수지와 서비스수지 흑자규모가 불어난 탓이 크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 발생하는 외환의 초과공급을 줄일 수 있다면 원화절상 압력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며 "경상수지 흑자는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자본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 외환시장에서의 외화 초과공급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수지 움직임을 조절하는 키는 금리, 정확히 말하면 국내외 금리 격차다. 현재 국내 금리는 해외 금리보다 높아 자금유입을 촉발하는 동시에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차입이나 해외채권 발행을 유도한다. 물론 금리 차이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만 금리 차이를 줄인다면 달러의 국내 유입이 어느 정도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원화강세 압력이 높아지지 않도록 기준 금리카드를 보다 탄력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전무)은 "다른 나라는 자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돈을 쏟아 붓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응하는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정책은 인하속도와 폭에 있어서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달에 동결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더라도 다음달에는 반드시 낮춰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거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외투자 지원책 적극 검토해야=달러를 해외로 밀어내는 물꼬도 더 넓게 틀 필요가 있다. 해외자산 투자를 활성화하면 원화절상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 일본 역시 지난 2011년 대지진으로 엔고현상이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에서 해외투자를 대대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동원했다. 또 싱가포르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를 국민연금으로 흡수해 해외투자로 운용하는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과도한 해외자금 유입을 해외투자를 통해 선순환 구조로 정착시킨 것이다. 해외 금융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위험분산 효과는 물론 국내기관들의 해외자산운용 노하우가 쌓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현재 경제상황이 해외투자를 하라고 등을 떠밀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국내 문제만 해도 간단치 않은 상황에서 발벗고 해외투자에 나설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산업만 해도 최근 국가신용등급 상향으로 해외투자 기반이 마련됐다고 하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가계부채 문제에 여전히 발목이 묶여 있는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은행 해외영업점의 당기순이익은 3억7,16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3.5%나 감소했다. 더 거슬러올라가면 과거 '몰빵투자' 식 해외펀드 투자에 따른 개미투자자들의 트라우마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해외투자는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해외진출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여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환율전쟁도 결국은 금융산업의 경쟁력 문제"라며 "금융산업이 국내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만 할 게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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