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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는 침묵… "더 미루면 국가전체적 손실" 논란 불씨 남겨

■ 한전 자회사 현 체제 유지 '전력산업 개편안' 확정<br>한전, 한수원과 통합 대신 원전수출업무 주도권 확보<br>現정부 들어 추진 중단한 민영화는 여전히 불씨로



정부가 최종 확정해 발표한 전력산업구조 발전방안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소모적 논란을 불러왔던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큰 방향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큰 틀에서 현 체제를 유지하고 소폭의 미세조정만 거치는 등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판매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방향은 새롭게 제시됐다.

또 현 정부 들어 추진을 중단시킨 발전자회사 민영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에는 전기ㆍ수도ㆍ가스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려 정권이 바뀔 경우 새롭게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력산업구조 개편 방향을 두고 일부에서는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일부는 과거식으로 재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없었다"며 "(이번에 확정한 방안은) 선입견 없이 전문가의 연구용역을 통해 그간의 논란을 모두 검증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앞으로 나아갈 큰 방향을 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력산업은 경쟁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게 세계적인 추세로 뒤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다만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현재 여건 조성이 안 돼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힘 빠지고 자회사들은 한전 품 벗어나=전력산업구조 발전방안에 대한 논란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던 발전사 민영화가 노무현 정부 때 노사정위원회의 권고로 중단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2년 남동발전 매각을 추진하다가 시장여건 악화로 실패하고 상장도 중단됐다. 2004년 노사정위가 배전분할 중단과 독립사업부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민영화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한전을 중심으로 재통합 논의가 나오고 원전수출이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한전은 통합에 따른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면 통합을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수원과 5개 발전자회사를 기타 공공기관에서 '시장형 공기업'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한전에서 떼어 민영화 쪽에 반발 가깝게 가져다 놓았다. 이에 따라 발전회사들은 내년부터 경영계약을 한전이 아닌 지경부 장관과 맺고 경영평가는 한전이 아닌 공기업 경영평가단에서 받게 된다. 임원도 한전 사장이 아닌 대통령 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결정한다.

시장형 공기업은 정부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 자체 수입액이 총 수입액의 85%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또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정부는 전력판매 시장에 민간기업을 유치해 경쟁체제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전, 원전수출 주도권 획득=한전이 발전자회사를 떼어주는 대신 원전수출과 해외자원개발의 주도권은 명확히 했다. 기존에도 한전이 원전수출을 주도했지만 한수원과의 미묘한 관계에서 이번 방안을 통해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다. 특히 한전 내부에 원전수출본부를 신설하게 됐다.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해 해외원전개발처와 UAE사업단, 중점국가 수출TF로 본부를 꾸리게 된다. 또 한전이 한수원ㆍ한국전력기술ㆍ한전KPSㆍ원전연료ㆍ두산중공업ㆍ시공사 사장 등으로 구성된 원전수출협의회의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도록 했다.

전력산업구조 개편방안이 논란이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원전수출이었다. 원전수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한전과 한수원을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전과 한수원만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 대신 원전업무와 관련한 선긋기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전력판매시장에도 경쟁 도입=이번에 발표된 발전방안의 새로운 내용은 전력판매에도 경쟁을 도입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다만 현재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수준과 정책적 용도별 요금체계에서는 판매경쟁이 불가능한 만큼 단계적으로 여건을 조성해나가기로 했다.

우선 전기요금 현실화가 진행된다. 내년부터 연료비연동제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고 2012년에는 전압별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원가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전ㆍ송전ㆍ배전ㆍ판매 부문별 회계분리를 강화해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판매경쟁은 여건이 성숙되면 곧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최 장관은 "(판매경쟁 도입에)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여건 조성을 노력해가면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제도를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판매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도입하면 요금을 올릴 요인만 있지 내릴 요인은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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