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식 전 사장 퇴임 이후 공석인 현대자동차 연구개발(R&D)본부장에 김해진(56·사진) 현대차 파워트레인센터장이 임명됐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 R&D·기술, 영업·마케팅, 해외주재원 분야에서 큰 폭의 임원 교체가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27일 김 본부장에 대한 보직인사와 더불어 현대차 137명, 기아차 53명, 계열사 229명 등 총 419명 규모의 2014년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14명 △전무 36명 △상무 75명 △이사 146명 △이사대우 144명 △수석연구위원 2명 △연구위원 2명 등이 승진했다.
신임 김 본부장은 자동차 엔진·변속기 전문가다. 특히 승용 디젤 엔진 개발을 주도하며 회사에 크게 기여한 뒤 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 따라 앞으로는 양웅철 현대·기아차 R&D 총괄 부회장과 함께 남양연구소를 총지휘하게 된다. 전임 권 사장은 지난달 11일 거듭된 리콜 등 잇따른 품질 문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연세대 기계공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기계공학과(석사) 출신으로 현대차 R&D본부 승용디젤엔진개발 실장(이사·상무·전무)을 거쳤다. 2011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12년 10월에는 파워트레인센터장을 맡으며 사장으로 승진했고 1년여 만에 본부장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통한 내실경영 확대에 주력하기 위해 전년(379명)에 비해 승진자 수를 소폭(10.6%)만 늘렸다"고 밝혔지만 직군별로 나눠보면 R&D, 품질, 영업, 마케팅, 해외주재 등 분야에 승진자가 대거 몰린 것이 특징이다.
R&D 및 기술 부문 승진자는 182명으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비율 39.3%보다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국내 영업 담당 곽진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영업과 마케팅 부분 승진자 비율도 26.7%(112명)로 지난해 25.6%보다 증가했다. 해외 생산 및 판매 부문 주재원도 전체 승진자 19.6%(82명)로 지난해 비중 18.2%보다 확대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량 핵심기술 선점과 품질 확보, 판매 역량 강화, 해외시장 상황 대응력 강화 등을 위해 이들 분야 승진자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승진의 이면에는 임원 교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이들 분야에 대한 쇄신도 함께 이뤄졌다고 자동차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처음으로 수석연구위원이 나온 것도 특징이다. 연구위원 제도는 최고 전문가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된 제도다. 이번에 탄생한 수석연구위원은 박준홍(50) R&H1리서치랩장과 지요한(49) 승용디젤엔진리서치랩장 등 2명으로 이들은 앞으로 임원의 신분으로 신기술 개발에만 매진하게 된다.
여성 승진자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어서 여성 직원 비율이 낮은 편이다.
올해는 이미영(41) 현대카드 CLM실장은 고객 마케팅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이사에 상무로 승진했고 이주연(38) 현대라이프 마케팅실장은 실적과 미래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이사대우 승진자 144명 중 37명은 연차를 고려하지 않고 성과와 잠재력을 평가해 임원으로 발탁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는 전략 해외 시장 선점, 미래 신기술 확보, 품질 및 브랜드 파워 향상이 그룹 경영의 방향성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들 승진자가 세계 초일류 자동차그룹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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