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 21세기 인재강국을 위한 접점들(좌담) "국가 매력도 높여야 글로벌 인재 모인다" ▦참석자= 김광순 한국왓슨와이어트 사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장철호 PR 인사이트 대표이사 사장,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가나다순) “한국이 글로벌 인재 유입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국가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서울경제가 기획시리즈 ‘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를 마치면서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한 김광순 한국왓슨와이어트 사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장철호 PR인사이트 대표, 정동수 인베스트코리아 단장 등 각계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과 주거환경ㆍ언어소통ㆍ교통ㆍ문화 등 제반 여건면에서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며 “기업 내부적으로도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과 연공서열에 의존하는 인사 시스템을 개선해야 글로벌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대학이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 서서 차별화된 인재를 육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와 함께 이중국적 허용 문제도 이제는 신중하게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짚어내는 ‘우리 사회의 결핍요소’들은 인재 유입국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동시에 시야를 넓히면 ‘선진 한국’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오래된 껍질’이기도 했다. -한국의 글로벌 핵심 인재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인 인재들은 국내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인재 역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입니다만. ▦김효준 사장=예전에 독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내 유치에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영국과 미국ㆍ일본 등 선호도가 높은 나라를 선택하더군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을 선택해야 할 만큼 매력적인 요소가 적기 때문이었습니다. ▦김광순 사장=핵심은 국가 매력도입니다. 저희 회사에는 캐나다ㆍ미국 출신 직원이 많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적응하며 문제 없이 잘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들 문제로 들어가면 다른 차원이 됩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국에서의 자녀 교육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제3국을 선택하더군요. -어떤 요소들이 한국의 국가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효준 사장=우선 사회ㆍ문화적인 문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사실 한국은 대립적인 노사관계, 개인생활의 불편함, 교육문제 등이 심각합니다. 언어소통 문제, 교통, 레저 인프라의 낙후 등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정동수 단장=맞는 말씀입니다. 대통령에서부터 공무원ㆍ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국제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이 너무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다 식당 메뉴는 거의 한글 위주지요. 게다가 외국인을 위한 24시간 영어방송도 없습니다. 날씨ㆍ문화행사ㆍ교통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외국인은 혼자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우리가 국제화되길 원하고 동북아 경제의 중심이 되고 싶다면 사회 체제도 (이 방향을 향해) 함께 움직여 줘야 합니다. ▦장철호 사장=삶의 질 부문도 조명해야 합니다. 국내의 유명한 법무법인에 근무하던 친구가 10년 만에 이민을 가더군요. 그 친구가 이민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는 일에 짓눌려 사느라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솔직히 국내 기업에서 한달간 휴가를 낼 수 있을까요. 상사의 눈치 등 기업 내부의 문화적인 장애물로 인재들의 불만은 쌓여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김광순 사장=그렇지요. 이제 근로자들의 땀에만 의존해 생산성을 높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는 아직 노동집약적 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요. 이제는 지도층이 삶의 질에 대해 ‘시혜적인 관점’이 아니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국적 문제로 고민하는 인재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김효준 사장=요즘 유럽에서는 이중국적이 유행입니다. 본인이 태어난 나라를 넘어서 세금 등을 감안해 살고 싶은 나라,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한국에 와서 국가에 공헌하고 싶어도 국적 문제 때문에 해외로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외 인재를 흡수할 수 있는 사회적인 대통합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 단장=미국에 나가 있는 유학생 수만 10만명이 족히 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외 동포 수만 보면 아마도 전세계 5위 안에 들것입니다. 이중국적이 허용된다면 이들을 한국에 다시 유치할 수 있지만 이중국적에 대한 논의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김광순 사장=그동안 우리는 단일민족과 동일성ㆍ획일성ㆍ일체감으로 사회가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인재가 국경을 넘어서 유연하게 오가는 세계 경제의 큰 틀에서 봐야 합니다. 인재유치를 위해서는 특히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 사장=결국 인재들을 위해 어떤 그릇을 준비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그릇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지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제도나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획일적인 교육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김광순 사장=최근 교육계가 내신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만 대학도 반성할 점이 많습니다. 입학할 땐 좋은 인재를 뽑지만 졸업하면 그저 그런 인력만 배출됩니다. 교육과정에 문제가 많지요. 정부도 BK21을 비롯한 연구중심에만 매달리는데 이는 기업이 요구하는 것과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대학도 이제는 수요자 중심으로 변해야 합니다. ▦김효준 사장=어느 모임에서 만난 중소기업 사장님은 직원 100명 중 64%가 대학원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원 출신자들의 업무 능력이 본인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토로하더군요. 제가 외국에서 생활할 때 한국 인턴과 외국인 인턴을 고용해봤더니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우리 학생들은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에 굉장히 약합니다. 결국 채용 후 2~3년간 다시 교육을 시켜야 하는 셈이지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주문하고 이를 학생과 학부모ㆍ대학 등이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가지 더 주문하자면 우리나라 대학도 차별화돼야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생수가 1,000~1,500명에 불과한데도 특화된 우수한 대학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장 사장=기업은 감성경영을 외치고 있는데 대학에선 감성에 대한 교육을 등한시 합니다. 창의력이 길러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가기 위해선 균형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대학들은 단순한 기능인만 양성하고 있지요. -방향을 달리해서 기업측면에서 한번 접근을 해보죠. ▦정 단장=직원 선발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보다는 시험 잘 보는 사람이 우선적으로 선발되지요. 기업 문화 측면에서도 연공서열에 익숙해 있어서 자유로운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김효준 사장=지금은 초국가적(Transnational) 사회입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인재를 길러 국가 테두리를 넘어서 전세계에 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도 빨리 국가 단위를 넘어서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장 사장=의사결정이나 연봉체계ㆍ회계 등의 면에서 투명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1~2명의 권위적인 인사가 상당 부분을 결정하다 보니까 투명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우리 사회를 보면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승진은 무엇 때문에 가능한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풍토에서는 개인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기업의 보상시스템은 제대로 돼 있나요. ▦김효준 사장=BMW에는 스톡옵션제도가 없습니다. 얼마를 주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능력을 어떻게 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업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구성원들이 기업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언약적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김광순 사장=보상은 시장가격에는 맞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돈보다 회사와 구성원간의 관계가 더 중요해집니다. 선진국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경영진과 지원자간에 대화를 많이 합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등등에 대해 충분히 얘기를 나눠 구성원들이 회사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지요. 시장에서 물건을 사듯이 사람을 뽑아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한국의 국가 매력이 떨어지지만 기업들은 이 조건에서도 글로벌 인재들을 유치해야 합니다.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정 단장=대기업들이 헤드헌팅을 한다고 해외로 직접 찾아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만 이렇게 들어온 인재들이 2~3년 뒤에 얼마나 그 기업에 남아 있는지 의문입니다. 아마도 2~3년 후에 한국에 잔류하는 비율은 50% 미만일 것입니다. 좋은 인력을 스카우팅 한 뒤에 업무 방식과 분위기, 상하관계 때문에 많이 떠나가는 것이지요.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토양이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인재의 능력을 절반도 활용하지 못합니다. 지금 확인되는 문제요소에 앞으로의 해법이 있지 않을까요. ▦김효준 사장=산업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근본은 집합적이고 온정주의적이며 평등주의적이라는 거지요. 반면 선진국들은 건전한 개인주의, 기회 평등주의, 합리주의 등이 근간입니다. 30살 때 미국계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몇 년의 근무 경력으로 단숨에 사장 자리에 오른 후 제 개인의 인사기록카드를 들춰보았습니다. 당시 서른살의 차장에게 ‘차차기 사장 재목’이라는 코멘트가 달려 있더군요. 우리도 인재를 발굴하는 시스템 개발을 서둘러야 합니다. 글로벌 안목으로 인재를 키우는 노력도 부족하고요. ▦김광순 사장=맞습니다. 한국 사회와 기업은 평등 문화에 갇혀 있습니다. 폐쇄성을 극복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인 작업이 뒤따라야 합니다. 또 우린 여전히 연공서열 방식에 의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제는 인사의 축이 개인의 잠재력과 성과ㆍ직무로 바뀌어야 합니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정 단장=인재들이 신명 나게 춤을 출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을 보면 외국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막상 춤을 추려고 하면 견제가 들어갑니다. 글로벌 탤런트들이 와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풍토가 빨리 조성돼야 합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김효준 사장=모든 경쟁력의 근간은 사람입니다. 인재들을 국내용과 국제용으로 나누고 이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또 다른 관점에서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 사장=조직 문화 속에서 내부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 제가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를 생각해보면 그 때는 이 같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GE에서 일할 때에는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을 이해하고 일을 합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요. 기업에서 먼저 체질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입니다. 입력시간 : 2007/07/24 16:53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