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3월호 (www.popsci.co.kr)<br>악성 뇌종양…식물인간…안과 유전자질환…자폐증…<br>생명·유전공학 등 첨단기술 활용<br>혁신적인 치료방법들 속속 개발<br> "임상 초기단계지만 효과 획기적"
|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난치병들이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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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인간 환자의 소생은 기적에 비견된다. 그런데 미국 케슬러 재활병원의 필립 드피나 박사팀은 뇌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전기요법을 통해 이 기적을 43번이나 일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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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ㆍ식물인간ㆍ실명은 매우 절망적인 질환이다. 완치율이 극히 낮아 사망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환자나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을 준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들 난치성 질환도 인간의 손으로 정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첨단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치료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치료법들은 이제 임상시험 초기단계지만 획기적 성과를 속속 도출하며 난치성 질환 치료에 신기원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악성 뇌종양 공격하는 백신
악성 뇌종양은 암 중에서도 최고의 사망률을 보이는 무서운 질환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1만2,000여명이 이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최악의 악성 뇌종양으로 꼽히는 교모세포종은 사형선고와도 같다. 성인 뇌종양의 25%를 차지할 만큼 빈발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어떤 치료법을 써도 환자 대부분은 수개월 내 사망에 이른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5년을 넘기기 어렵다. 뇌 조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에 기원한 종양인 탓에 암세포가 주변 뇌 조직으로 급격히 전이되며 전이의 폭도 넓어 완벽하게 제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앤드루 파사 박사는 바로 이 교모세포종 치료에 일대 전기를 마련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일명 암 백신 치료법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환자의 암 조직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백신을 만들고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면역세포인 T세포가 항원전달 세포로부터 해당 단백질의 정보를 받아 그와 동일한 단백질을 가진 암세포들만 정확히 선별 공격해 사멸시킨다는 것. 약화된 바이러스를 미리 주입해 인체의 면역능력을 향상시키는 일반 백신과 유사한 메커니즘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 지난 2008년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암 백신을 접종 받은 12명의 교모세포종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평균 10개월을 더 살았다. 눈부신 의학발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교모세포종 환자의 평균수명이 단 수개월 연장됐음을 감안하면 혁명적 진전이다.
이에 힘입어 파사 박사는 지난해 11월부터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제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연구가 교모세포종의 완치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통제 가능한 만성질환 정도로 위험성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요법 치료 식물인간 84% 소생
2005년 세라 스캔들린이라는 미국인 여성이 식물인간 상태에 처한 지 20년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소식은 곧 전세계에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식물인간의 회복은 흔히 기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희귀한 사건이다. 임상학적으로도 식물인간이나 식물인간과 유사한 최소의식 상태(MCS)에서 의식을 되찾는 환자는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그나마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의사나 가족들은 기적을 바라며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미국 뉴저지 케슬러재활병원의 필립 드피나 박사팀이 개발한 전기요법은 기다림에 지친 식물인간 환자가족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신개념 치료법이다. 올 2월까지 총 53명의 식물인간 및 MCS 환자들에 이 치료법을 시술해 무려 43명의 환자가 소생하는 놀라운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소생률이 84%에 달하는 것. 게다가 이들 중 우려할 만한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드피나 박사의 전기요법은 환자의 양쪽 손목에 전극을 부착해 뇌에 전기펄스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 전기펄스가 손목의 정중신경을 통해 척수를 타고 뇌의 전달중추인 시상에 전해지면서 뇌를 자극,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는 인지와 감정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에 산소와 혈당이 풍부한 혈액을 공급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들은 이런 작용들이 뉴런에 신호를 전달하는 축색돌기들을 새로 성장시키면서 손상된 대뇌피질의 연결이 회복돼 의식이 깨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드피나 박사는 전기요법 활성화를 위해 명확한 작용기전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에 주목한 펜타곤으로부터 이미 640만달러의 자금 지원도 받았다. 펜타곤은 이 연구로 전기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32만명에 달하는 뇌손상 참전용사들의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전자 교체해 실명 막아
유전자 질환은 대개 난치병에 해당한다. 안과 유전자 질환인 레버 선천성 흑내장(LCA)도 다르지 않다.
LCA는 RPE65라는 유전자의 선천적 결핍이 원인인데 망막의 광수용체에 필요한 비타민A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망막이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하지 못한다. 이에 LCA 환자들은 시력장애를 갖고 태어난 뒤 점차 시력이 낮아지다가 완전한 실명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LCA 환자들도 실명 위협에서 벗어나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의 분자유전학자 진 베넷 박사가 20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유전자 치료법이 곧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이 치료법은 비정상 RPE65 유전자를 건강한 유전자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상 RPE65 유전자를 주사기에 넣어 눈의 망막색소상피세포에 직접 주입한다. 이렇게 유전자를 대체하면 광수용체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시력이 회복되는 것.
효과는 초기 임상시험으로 확인됐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LCA를 앓고 있는 8~45세 환자 12명에게 시술한 결과 6명이 법적 시력장애인 기준을 웃도는 시력을 회복했다. 현재 베넷 박사는 이들의 완치를 목표로 좀 더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향후 3~5년 내에 RPE65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이것이 망막색소변성증ㆍ황반변성 등 여타 안과 유전자 질환 치료에 유전자 치료법이 본격 도입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자폐증 치료약물 개발
프래자일엑스증후군은 유전자 X염색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남아는 4,000명당 1명, 여아는 6,000명당 1명에게서 발견되며 학습능력 저하, 발육지연, 간질성 경련, 공격성,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프래자일엑스증후군은 그 증상에서 연상되듯 유전성 정신병인 자폐증의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기도 하다. 이를 정복하지 않고는 자폐증도 극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아직까지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현재는 불안감 등의 증상을 약물로 완화시키는 수준의 처방이 행해질 뿐 본질적인 치료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 MIT의 마크 베어 박사 연구팀은 이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프래자일엑스증후군 치료에 커다란 진전을 이뤄냈다. 쥐 실험을 통해 이 질환의 원인이 글루타민산염 수용체5(mGluR5)라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임을 밝혀낸 것. 프래자일엑스증후군 환자들의 경우 mGluR5가 뉴런에 단백질 생산 명령을 과도하게 보내는데 이는 너무 많은 뉴런들의 연결로 이어져 뇌신경 신호 해석에 혼란이 초래된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mGluR5의 명령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프래자일엑스증후군 치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를 꾀할 후보약물 STX107의 개발도 완료했다.
연구팀은 올 가을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베어 박사는 STX107이 쥐에게 보였던 것만큼 사람에게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면 자폐증 정복의 꿈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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