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해설자 강훈 9단. 대개의 프로 기사들이 담배를 끊었건만 그는 여전히 담배를 피운다. 그를 상대로 대국하는 기사는 그가 내뿜는 엄청난 분량의 담배연기 때문에 큰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국실 끽연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었으므로 그의 담배연기를 구경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과거에 그가 조훈현을 상대로 대국을 벌일 때면 유독 그의 담배연기가 바둑판을 온통 뒤덮곤 했다. 판 위의 돌이 전연 보이지 않을 정도. 이따금 조훈현을 꺾어 보이던 강인한 기풍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랭킹 50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백72. 일단은 이렇게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중원쪽을 참고도 위 백1 이하 5로 압박하는 것은 흑6을 당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 버린다. 구리는 좌변의 백을 잡을 생각이 없다. 후수로 살아가게 하고 대세만 휘어잡으면 된다는 태세. 최철한은 굴욕적이지만 74, 76으로 대마를 살렸다. “너무 비참하게 됐네. 단명기로 끝날지도 모르겠군.” 서봉수 9단의 말이다. 흑77이 놓이자 백은 좌하귀도 급하고 중원도 급하다. 최철한은 일단 78로 뛰어나간다. 강훈이 타이핑 담당 한창규기자에게 해설 대신에 들여주는 말이 너무도 신파조였다. “상처 입은 다리를 부여잡고 절룩절룩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데도 희망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아,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요. 최철한의 비통한 심정이 오죽할까요.” 한국어를 거의 능통하게 사용하는 루이 9단이 킥킥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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