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공사를 대신해 설립되는 한국해양보증보험이 결국 반쪽짜리로 출범한다. 민간 출자 규모가 100억원 수준에 그쳐 애초 목표보다 400억원이나 적은 700억원 수준의 출자금으로 영업을 개시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민관에서 각각 절반씩 출자 받으려던 계획이 처음부터 어그러지면서 향후 5년간 출자 목표인 5,500억원을 어떻게 메울지 우려가 높다. 해양보증보험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었지만 무역 분쟁 가능성으로 백지화됐던 선박금융공사의 대타 성격을 띤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민간 출자 부족분을 메운다는 복안인데 애초부터 지역 이권에 기댄 정치권의 무리한 추진이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4일 "해양보증보험이 출범을 위한 제반 작업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보험업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무난히 승인을 얻어 올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들어서는 해양보증보험은 해운사의 선박 건조 및 운용과 관련한 보증 업무를 맡게 된다. 특히 선박을 담보로 후순위채나 지분 투자 등에 대한 보증을 지원하게 된다. 보증 규모는 출자 금액의 4~5배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출자가 예상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 지난해 발표 당시 정부는 해양보증보험의 출자 규모로 정책금융기관 2,700억원, 민간 2,800억원 등 향후 5년간 총 5,500억원을 잡았다. 올해 출자 목표는 전체의 20%인 1,100억원으로 정부가 600억원, 민간에서 500억원을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운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선주협회에서 100억원을 상반기에 출자하고 하반기 추가 출자하겠다고 밝힌 것 외에 민간 출자 계획은 아직 없다. 업황 부진으로 해운사들이 출자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각 300억원씩 600억원을 내놨다. 금융위는 "일단 해양보증보험을 출범시키고 민간 출자 현황을 파악한 뒤 모자라는 부분은 정책금융기관에서 채워넣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선주협회에서 상반기와 같은 10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 부분에서 더 이상의 출자가 없다면 정책금융기관은 추가로 30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이 경우 올해 총 900억원을 정책금융기관이 부담하는 셈. 앞으로 이런 사정에 획기적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정책금융기관의 자금이 얼마나 투입돼야 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일각에서는 경기 부진으로 하반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급증하면 정책금융기관 부실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선박건조 보증서로 자금을 지원 받아 엉뚱하게 이를 일반 운용 자금으로 전용하는 기업도 드물지 않다"며 "철두철미한 자금관리가 되지 않으면 모럴 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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