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발앞서 과감하게" 개혁 주효
입력2001-04-17 00:00:00
수정
2001.04.17 00:00:00
[구조조정 성공학] 3. 한화그룹(상)지난 96년 10월9일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사옥 28층 대강당.
제44주년 그룹 창립 기념식이 열리고 있었다. 장내에 축제의 분위기는 없었다. 김승연 회장이 비장한 표정이 팽팽한 긴잠감에 무게를 더했다.
"오늘은 창립 기념일이 아니라 '개혁원년'의 날입니다. 오늘부터 새 회사를 만든다는 자세로 모든 제도와 조직, 규정을 전면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입니다."
김 회장은 "경쟁력이 없는 업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부서는 '과감하게'개편하며 비능률적인 부서와 업무체계는 '과감하게'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추진된 대대적인 제도개혁과 사업매각은 '과감'했다. IMF체제에 접어들기 1년전의 일이다. 이것은 한화를 표현하는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에 '한발앞선'이란 말이 반드시 따라붙는 이유다.
한화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전면적인 리스트럭처링에 돌입했다. 간부사원에 대한 연봉제 도입, 관리부서의 규모와 인력의 축소 및 영업분야로의 인력 재배치가 추진됐다.
한화의 개혁은 사업체 매각에서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첫번제가 89년 사업에 나선지 96년까지 한번도 흑자를 못낸 한화에너지 윤활유 사업을 제휴선인 영국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에 매각했다.
그 시점이 97년 3월. 한보가 10조원의 빚을 지고 무너진뒤 2개월 후였다. 한보의 침몰로 국가경제는 심하게 요동쳤다. 제일은행 등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지고, 곧이어 삼미ㆍ진로ㆍ대농ㆍ한신공영 등 굴지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졌다.
재벌 순위 8위인 기아자동차 사태가 터지면서 국가경제는 위기로 치달았다. 한화도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97년 8월 빙그레의 유도팀 해체를 계기로 한화의 자금악화설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그동안 한발앞서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물거품이 될 위기였다.
한화는 97년 12월 한국바스프우레탄의 한화측 지분 50%를 합작선인 바스프에 매각, 1,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이를 진정시켰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이만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97년 봄부터 위기 조짐을 파악,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과감한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에 나섰다"며 "그 이후의 순간순간은 '죽느냐 사느냐'의 피를 말리는 전쟁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IMF 이후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매각에 주저했던 다른 기업에 앞서 한화는 과감한 개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구조조정의 모범기업'은 한발앞선 구조조정의 결단을 내린 최고경영진과 이를 수용하고 고통을 나눈 임직원들의 승리로 남아있다.
한화는 IMF 체제에 들어설대 모든 사무실에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ㆍ죽기로 하면 살길이 있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란 액자를 내걸었고, 지금도 그대로 두고 있다.
'위기는 넘겼지만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
임석훈기자
오늘의 핫토픽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