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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청탁 풍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인사청탁을 한 사람은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청탁과 줄대기가 벌써부터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청탁은 노 당선자의 측근인사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 차기정부에 영향력이 큰 기구의 실력자들을 상대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수위까지 직접 찾아와 청탁을 하는 대담한 사람도 있고, 관계자에게 청탁전화가 빗발치고, 실력자들의 문전에는 방문객들로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노릇이다. 정부 조직이 바뀌고 대규모의 인사수요가 발생하는 권력 이동기에 집단 또는 개인차원에서 로비가 성행하게 마련이지만 `패가망신`도 아랑곳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청탁풍조가 뿌리깊다는 것을 알게 하는 일들이다. 청탁은 근본적으로 청탁이 통한다는 믿음에서 연유한다. 사회적 통념으로 굳어진 그 같은 믿음은 인사권자의 경고 한마디로 결코 깨질 성질이 아니다. 그 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청탁근절을 바탕으로 한 인사개혁은 개혁 중에서 가장 어려운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청탁은 드문 예외를 제외하곤 능력이나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하게 마련이다. 인사청탁의 해악은 일일이 열거할 것도 없지만 적재적소를 가로막고, 금품의 뒷거래를 수반함으로써 공직을 부패 시킨다. 청탁은 정실과 연고를 매개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회통합에도 역행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 그대로 모든 실정(失政)은 인사를 그르치는 데서 비롯된다. 노 당선자는 인사개혁 문제에 대해선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강조해 왔다. 이와 관련, 인수위 관계자는 다면평가인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면평가제는 인사대상자의 능력과 자질을 동료와 상ㆍ하급자들이 동시에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인사권자의 자의적 판단을 줄이고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기투표에 의한 인선이라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다면평가제는 인사를 여론몰이 식으로 흐르게 하는 일부 단점이 보완된다면 기록중심의 현행 제도에 현장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인사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인수위가 공직인선에서 이 제도를 광범하게 도입키로 한 것도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인수위가 벌써부터 청탁잡음이 일고 있는 인수위 실무자 인선에서 이 제도를 우선 적용키로 한 것은 청탁의 싹을 자른다는 점에서 잘 한 일이다. 말이나 구호가 아니라 제도로서 청탁을 근절하는 노력은 차기 정부 임기 내내 지속돼야 한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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