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의 불황에도 대우조선해양이 홀로 선전하면서 고재호 사장의 연임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지만 사실상 올해 성과를 기준으로 내년 연임이 결정되는 만큼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업체 중 유일하게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에 8조236억원의 매출과 1,83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이 매출 26조3,322억원에 영업손실 1조2,926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도 매출 6조5,377억원에 1,002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따른 충당금을 반영하느라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달랐다. 하반기에는 실적이 더 나아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런 실적호조에 힘입어 고 사장의 경영능력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례없는 장기 불황에도 고 사장이 지난해 분기별로 충당금을 미리 반영해 충격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흑자구조를 구축했다"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고 사장이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염려될 정도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임직원이 대거 연루된 협력업체 '납품비리'가 적발되면서 곤욕을 치렀고 올해에는 '부당 하도급 단가 인하'로 역대 최대의 과징금이 부여되기도 했다. 모두 고 사장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지만 책임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같은 신뢰악화에도 고 사장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조직의 분열을 최소화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경쟁사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는 것은 취임 초부터 다져온 현장경영의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거센 도전과 심화되는 조선업계의 경쟁 속에서도 기술력 강화에 힘썼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강점인 영업능력을 더해 해외영업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 10척의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수주하는 데 성공하고 추가 계약도 확실시돼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특수성능연구소'를 설립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방산 분야에서도 수익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노조도 빅3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하며 24년 연속 무분규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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