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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사 조직문화 혁신 나선다] "임원 따로 팀장 따로… 온갖 보고서 타령에 정신 없을 정도"

"안방 1위 안주하다 생존 걱정할 날 올수도" 경쟁력 갉아먹는 병폐 개선 목소리<br>환경 바꿔 창의력 높인 구글 모범사례 소개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 건물에 회사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박근희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시장의 위기 상황에 잘 버티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울경제 DB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우물 안 개구리에 가깝다.

국내시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등을 자랑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이 때문에 이건희 삼성 회장도 "금융계열사 중에는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왜 탄생하지 않느냐"는 질책성 주문을 수시로 내놓는 상황이다.

삼성 금융계열사로서는 위기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저성장ㆍ저금리 등 급변하고 있는 시장환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지 못할 경우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다.

삼성생명 등 그룹 금융사들이 방송을 통해 기존 관행과 업무방식 등을 문제 삼고 변화와 혁신을 주문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맥이 닿아 있다.

경쟁력의 뿌리나 진배없는 조직문화를 개선함으로써 글로벌화에 뒤처져 있는 기업 체질을 강하게 바꾸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통한 생산성 제고, 창의적 업무능력 배양,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 등은 평소에도 강조하는 사안들"이라면서도 "금융사들이 다시 한번 이런 핵심 내용을 숙지하고 분발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전사적으로 메시지를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효율 사례로 지목된 보고ㆍ회의 문화=일반적으로 조직이 골리앗이 돼갈수록 관료화되기 쉽다. 삼성도 상사에 의해 수시로 소집되는 회의, 형식적이고 너무 많은 보고를 개혁 대상으로 꼽았다. 이는 핵심적인 업무로의 몰입과 빠른 일처리를 방해해 비즈니스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든다는 게 그 이유다.

평준화 의식과 직원들의 눈치 보기도 문제로 거론됐다.

평준화와 관련해서는 창의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보다는 남과 엇비슷하게 균형을 맞추려는 업무태도를 낳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인정신을 갖고 일하는 대신 때우는 식의 업무처리가 만연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소신 없이 상사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문화도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을 막는 병폐로 지목됐다.

사실 이런 지적은 이 회장의 인재관에도 녹아 있다. 이 회장은 평소 "회사가 꼭 필요로 하는 핵(核)이 되는 직원이 돼야지 많은 사원 중에 하나인 점(點)과 같은 직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핵이 되는 인재란 누구의 지시를 받기 전에 먼저 일하는 사람, 눈가림이나 생색을 내기 위해 일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파헤치는 사람, 기본기에 충실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인물 등을 의미한다. 삼성 관계자는 "업무 전반에 프로세스를 구축하되 일련의 흐름이 물 흐르듯 하려면 가급적 단계를 줄여 최적화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낭비시간을 줄여 업무 숙련도를 높일 수 있어 조직 전체가 구심점을 두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업무 창의력 높여라"…구글 벤치마킹 대상으로=사고의 틀을 바꾸는 창의와 혁신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보험의 경우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외에도 시대적 특징으로 대변되는 과세 강화와 소비자 보호, 방카슈랑스 등 신규 채널 득세에 따른 설계사 채널 위축 등이 본격화하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는 만큼 일상과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발상이 유연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해외 선진 사례로 구글이 소개됐다.

구글의 경우 로비 한가운데 화장실을 둬 여러 사업부의 직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른 부서를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부서 간 시너지와 이해를 높이는 밑돌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삼성 금융사들은 지난해 말 삼성증권 인력 170여명을 그룹 내로 전환배치했다.

배치인력 중 절반인 80여명은 삼성전자로, 나머지는 계열사 수요에 따라 삼성화재와 삼성카드ㆍ삼성생명ㆍ삼성자산운용 등으로 이동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증권 불황에 따른 자구적 성격이 강했지만 자산운용 전문가를 보험 등 다른 계열사에 활용하는 등 그룹 전문인력 간 시너지 제고 측면에서 기회로 삼을 여지도 있다.

이 밖에 방송은 해외 금융회사에서 일해본 경력직 사원의 인터뷰도 다뤘다. 과거 이 회장이 일본인 출신으로 삼성에도 몸담았던 후쿠다 다미오 고문의 보고서에서 삼성 개혁 방향의 단초를 얻었듯 조직 내외에서 두루 경험을 갖춘 직원의 고언을 통해 삼성의 문제점을 실감나게 짚어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직원들이 소신껏 일하기 힘든 분위기,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와 소통의 부재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금융사 관계자는 "평소에도 갖고 있던 문제의식이었지만 다시 한번 경각심과 긴장감을 갖는 시간이 됐다"며 "특히 부서 내에서 리더의 입장에 있을수록 받는 자극이 컸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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