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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주주권익보호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영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조치가 주주 권익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권익위에서 이사회의 활동을 견제하고 주주 이익을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3일 "외국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배당을 통해 주주를 많이 배려한다"며 "권익위가 설치되면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국인 주주를 중심으로 한 경영권 간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권익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경영진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중장기 대규모 투자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는 국내 기업이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나 투자, 해외 진출 등은 바라지 않는다"며 "지금 시점에서 현금배당을 원하는 것이고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팔고 나가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내년 정기 주총을 위한 일종의 예방주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기 만료가 내년 3월 주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일부 자산운용사가 안건에 반대했지만 본게임은 내년이라는 말이 많았다.
결국 올해 외국인 주주의 요구 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내년에는 문제가 없도록 미리 손을 쓰는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주총 전에 현대차와 외국인 주주 사이에 일정 부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한전 부지 건을 포함한 경영 현안이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현대차의 사례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현대차의 특수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약 51%로 현대차(44%)보다 높지만 아직 비슷한 요구가 없다. 외국인 비중이 60~70%에 이르는 금융지주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대차가 국내 기업 중에 처음으로 권익위를 만들게 되면 기업 투명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하게 되는 것이고 다른 기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국내 기업 전체로 확산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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