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데이콤지분] 공기업민영화때 'LG압박용'인듯

- 삼성, 데이콤지분 돌연확대 '속뜻' 뭘까 -27일 저녁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이후 LG의 데이콤 인수 행보가 빨라진 가운데 최대주주인 삼성그룹이 데이콤 지분을 확대해 주목되고 있다.

삼성은 28일 대우중공업의 데이콤 지분 51만8,833주(2.75%)를 인수, 보유지분을 17.25%에서 20%로 높였다.

특히 삼성측의 주식시장을 통한 데이콤 주식 매입은 정·재계 간담회에서 LG측이 데이콤 주식매입 확대를 통한 정보통신 전문그룹 변신을 밝힌직후 나타난 일이어서 삼성측의 데이콤 주식 인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측은 공식적인 답변은 피한채 통신장비 공급업체로서 데이콤에서의 발언권 강화를 위한 주식 매입이라고 애매하게 설명하고 있다.

LG는 그룹 총수가 데이콤 인수 의사를 직접·공식적으로 언급함에 따라 정보통신부에 대해 데이콤 지분 5% 제한을 풀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등 데이콤 인수 「작전」을 곧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보통신부도 문제의 「각서」를 뒷탈없이 처리하기 위한 해법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2대주주인 동양그룹이 데이콤 지분 매각의사를 공식 표명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삼성이 보유지분을 확대, LG를 견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삼성의 진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떤 수순 남았나=LG가 실질적으로 데이콤을 인수하려면 먼저 지난 96년말 PCS사업권를 따내면서 당시 이석채(李석채)정통부장관에게 제출한 데이콤 지분 5%이하 소유 제한 「각서」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청와대 간담회로 힘을 얻은 LG는 이르면 이달안으로 정통부에 지분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를 공식적으로 접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콤 인수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를 십분활용, 더이상 미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PCS사업권 허가조건 변경신청을 낼 것으로 보인다.

LG는 변경 구실로 오는 7월부터는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가 현행 33%에서 49%로 확대되는 등 통신시장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PCS사업 허가 당시 약속한 조건도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도 국내 통신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번 강조한바 있어 데이콤 각서는 LG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통부는 LG가 정식으로 PCS 허가조건 변경을 요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통부는 다만 LG에 특혜를 준다는 시각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남궁석(南宮晳) 정통부장관은 『이 문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결한다』고 여러차례 밝혔지만 지난 2월 국회 PCS사업 청문회에서 『LG텔레콤(019)이 특혜를 입어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데이콤 지분제한문제는 LG그룹이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증언해 각서 처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관련기업 입장=공식적인 최대주주인 삼성(20%)과 2대주주 동양(16.68%)의 입장이 관건이다. 삼성은 28일 대우그룹의 보유지분 2.75%를 추가로 인수, 지분율이 20%로 높아졌다. LG의 공식지분은 4.21%이지만 관계회사 등의 우호지분을 합할 경우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동양이 지분 매각의사를 밝힌 만큼 동양보다 삼성의 거취가 더 관심사다.

그동안 데이콤에 미련을 갖고 있던 동양그룹은 이날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혔다. LG의 정면돌파에 맞대응할 자신이 없는 만큼 가능한한 비싼 값에 매각하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대인(金大仁) 동양그룹 전무는 『동양그룹이 데이콤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지분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못박으며 『LG그룹의 경우 공동 경영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어 공동 경영을 한다면 삼성그룹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삼성이나 LG그룹 중 누구에게라도 데이콤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양그룹은 LG에 대한 반감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어 같은 값이면 LG보다 삼성측에 지분을 몰아주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동양측은 최근 삼성측에 지분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데이콤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전면전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는 일단 LG의 데이콤인수에 대해 삼성측이 양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7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먼저 구본무(具本茂)회장에게 반도체빅딜 이후 사업계획을 묻고, 具회장이 답변하는 과정에서 데이콤 인수의사를 천명한 것은 우발적인 해프닝이기보다는 데이콤 인수 방향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이 데이콤 인수경쟁에 뛰어들기는 쉽지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이 데이콤 지분을 확보, LG측을 압박함으로써 향후 가스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때 LG의 협조 내지 양보를 얻어내려는 수순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이날 지분 추가인수에 대해 데이콤에의 통신장비 제공업체로서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그러면서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데이콤 인수경쟁에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데이콤을 둘러싸고 동양이 물러나자 삼성이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형기 기자 KKIM@ 류찬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