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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국인

지난 10년새 무역 규모가 5배 이상 증가했다거나, 한해 150만여명의 방문객이 양국을 오가고 있다는 사실 등을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제 중국은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 되고 있다. 여전히 굳건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경제ㆍ문화 등 정치 이외의 모든 부문을 적극 개방해 `잠재력을 갖춘 나라`에서 그 잠재력이 현실로 나타나는 `무서운 저력의 나라`로 거듭나고 있다는 주장에도 별다른 이견은 없을 듯하다. 이제 중국과의 우호 증진, 상호이익 확대 등은 우리에게 엄정한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 지난 94년 인천시의 민간 사절단 대표로 다롄ㆍ톈진 등의 도시를 차례로 방문해 양도시간 자매결연을 이끌어낸 경험과 이후 지금까지 한중친선협회 수석 부회장직을 수행하는 등 중국과의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중국과 중국인을 상대함에 있어 주의 혹은 유념해야 할 몇 가지 경험적 단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것이 비록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족에 불과할지라도. 우리는 흔히 중국인들을 만만디라 표현하면서 자기 이익만을 챙기고 좀처럼 속셈을 드러내지 않으며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편견이다. 물론 인간적으로 친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그들의 신용을 얻게 된다면 그 믿음은 무척이나 견고하며 오랫동안(어쩌면 영원히)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부터 열어야` 한다. 내 속마음을 먼저 열고 나의 진심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자세는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가장 핵심적인 열쇠인 것이다. 성실하고 정직한 자세야말로 중국과 중국인을 상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또한 2002년 장쩌민을 중심으로 한 소위 제3세대의 후퇴와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한 제4세대 시대의 개막 과정에서 볼 수 있듯 그들은 후진 양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으며, 자신들의 소명을 마쳤다고 생각하면 지체 없이 후진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풍토가 뿌리 깊은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이러한 전통은 기업이나 사회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기업이나 관(官)을 상대할 때는 하급 관리나 말단 직원들에게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년간 중국에서 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과거에 상대했던 말단 직원과 하급 관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역동적인 경제성장만큼 사회 전반의 세대교체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필자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94년 중국의 다롄ㆍ칭다도 등의 도시를 방문하며 만났던 인사들은 대부분 현재 중국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거물로 성장해 있다. 당시 다롄시장이었던 박희래는 지금 랴오닝성의 성장이 돼 공공연히 차세대 주자로 거론되고 있고, 고덕점 당시 톈진시 당서기는 현재 중앙인민위원회 상무위원이 됐으며, 유정성 당시 칭다오시장은 지금 호북성 성장 겸 당서기가 돼 있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까지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 내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기도 한다. 정부 최고위층 혹은 개별 기업의 총수와 합의된 사안이라 할지라도 실무를 담당한 하급 관리나 직원의 동의가 없을 경우 무산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외국인들은 누구나 한두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그런 식의 쓰라린 경험은 하급 관리나 말단 직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러한 중국과 중국인의 특성은 `뭐든지 가능하지만, 무엇이든 쉬운 것은 없다(Everything`s possible, but nothing`s easy)`라는 한마디로 대변되기도 한다. 최근 민간외교의 폭이 급격히 증대하고 부존자원의 절대부족, 고임금 등에 시달리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한 시대적 추세에 비춰볼 때 특히 중국은 우리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설픈 정보와 그릇된 선입관으로 그들을 상대한다면 사업은 사업대로 필패(必敗)할 것이고 개인은 물론 국가적 망신을 자초할 수도 있다. 더욱 철저하고 다각적인 사정정보 수집, 처음부터 성급하게 잇속을 차리려 하기보다 인간적 접근으로 신뢰를 확보하고 자신의 신용을 끝까지 지키려는 성실한 자세 등은 중국과 중국인을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며, 이러한 평범한 진리는 비단 중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심상길 (한중친선협회 수석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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