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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보내며] SK(주) 울산 콤플렉스

연말연시 밤낮잊은 굴뚝 세계일류 꿈 피어오른다30일 밤 한국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메카인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 SK㈜ 울산 콤플렉스. 공장 곳곳에 매달린 수천개의 대형 전등이 대낮처럼 불을 밝히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100m 높이의 굴뚝(연소 탑)에서 원유 정제와 합성수지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환경물질을 정화시킨 백색의 연기가 피어 오른다. 난마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질서를 유지하며 250만평의 공장부지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직경 1m가량의 연료 배관들이 1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액체인 생산품들을 끊임없이 실어 나른다. 이 거대한 공장을 365일 움직이고 있는 3,000여명의 종업원들에게는 연말연시 휴일은 없다. 4조3교대로 연중 24시간 공장을 가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공정의 특성상 공장가동을 잠시라도 중단하면 대부분이 액체 상태인 생산품들이 배관 속에서 굳어버려 시설 손상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입사 15년차인 이 회사 근로자 최 모(40)씨는 "입사 후 지금까지 명절 연휴는 물론 연말연시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며 "연말연시 3~5일씩 휴무하는 공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러움도 들지만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고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이들의 손길을 거쳐 생산되는 제품은 50여 가지. 하루 81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해 합성수지 제품의 원료인 에틸렌 등 연간 433만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이 곳에서 생산된 휘발유는 전국 3,700여개의 주유소에 공급되고 국내 수요량의 40%에 달하는 LPG가 전국 공장과 가정으로 보내진다. PP(폴리프로필렌), SM(스티렌모노마)등 석유제품 원료는 국내외 석유화학 생산공장에 보내진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제품을 생산하는 비결은 컴퓨터로 생산공장 시스템을 원격제어 하는 중앙조정실. 이 곳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의 24시간 밀착 감시에 세계일류 글로벌 기업 도약이 결정 난다. 이들 엔지니어들에게 가장 힘겨운 시간은 새벽 1~5시. 피로도가 쌓여 잠이 밀려오는 시간대다. 하지만 이들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한 방울의 기름이 유출되면 토양과 인근 동해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고 불량 제품을 만들면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성태 조정실장은 "환경오염사고가 나면 생태계에 치명적?교란을 가져오는 만큼 졸거나 한 눈을 파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전 부서원들이 비장한 각오로 근무에 임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비장함은 공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관 정비담당 근로자는 "미국이 조만간 이라크를 공격하면 국제 원유가격이 널뛰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외환위기 당시 범 국민적 에너지 절감운동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동료들이 퇴근 후나 휴식 중에도 원가절감을 위한 아이디어를 짜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새해 목표는 매출 15조원 달성. 석유사업이 정보통신 등 신사업에 밀려 입지가 줄어들었지만 인류의 자원인 석유가 고갈되지 않고 인간이 옷을 입지 않는 한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은 사양사업이 아니라며 이들은 새해 힘찬 재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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