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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 종합대책을 보면 관련 부처가 권한다툼 끝에 적당히 칼자루를 나눴음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검찰과 금융 당국, 국세청 등이 상대방에게 전권을 주지 않으려는 힘겨루기의 결과다. 주가조작이라는 민생범죄 앞에서 정작 주무부처들은 자기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이미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제3의 금융 당국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는 분위기에서 특별사법경찰권까지 쥐게 된 금융 당국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입김이 더욱 세졌다. 반면 늘어난 시어머니와 그들이 갖게 되는 보다 강력한 칼자루 앞에서 금융회사들만 더욱 피곤해지게 됐다.
◇특사경까지…계속되는 인력ㆍ권한 확대=주가조작은 발 빠른 범죄자와 뒤늦은 사법 당국 간 술래잡기의 연속이었다. 조직적으로 주가조작을 벌인 뒤 달아나는 게 특징이어서 빠른 시간 내에 현장을 덮쳐야 증거를 잡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주가조작에 대한 발견과 수사는 한국거래소→금감원→증권선물위원회→검찰 등 여러 기관을 거쳐야 한다.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리는 셈이다. 예컨대 1년만 보관하는 통화내역조차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 당국의 지적이다.
이에 금융 당국은 금융위에 조사전담부서를 신설해 검찰에 버금가는 특사경을 주기로 했다. 이 경우 금감원 조사 단계에서 압수수색ㆍ통신사실조회ㆍ출국금지 등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하다.
다만 단일한 원칙과 조직이 행사해야 할 사법권이 여러 부처에 분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12곳의 부처에 특사경을 부여했는데 두 곳 더 늘어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검찰에 국한했던 사법권이 사실상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확대되면서 실제 적용 과정에서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초 법무부는 검찰 산하에 전담조직을 두자고 주장했고, 금감원은 전문성을 들어 원내 조직을 확대하고 특사경을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에는 금융위에 검찰과 금감원ㆍ금융위 직원이 모이는 협의체 형식을 취했다. 특히 민간금융회사로부터 예산을 받는 금감원 직원은 '금융위 파견'이라는 형식만 바꿔 특사경을 줬다.
더욱이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 인력 늘리기가 부담스럽자 '필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아 금감원 인력 확대를 예고했다.
주가조작 이득 두 배 환수나 20배 늘린 포상금 등의 대책도 뚜렷한 근거가 보이지 않는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주가 조작에 따르는 이득을 어떻게 구분할지 모호하고 범죄자가 빼돌릴 가능성이 높아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시어머니에 긴장하는 금융회사들=금융소비자보호원(소보원) 신설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다. 취지는 옳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2008년 금융위와 금감원이 분리된 후 두 기관은 협력과 엇박자를 오가고는 했다. 여기에 새로 금융소보원이 생기면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조직이라는 게 일단 작게 시작하더라도 사무처 등 각종 운영을 위한 조직과 인력 예산이 들어가고 일을 만들어내면서 조직을 키우기 마련"이라면서 "금감원과 소보원이 경쟁적으로 금융업계에 검사와 자료요구를 하거나 서로 다른 방침을 내세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경제학자는"금융 당국 조직은 하나로 통합하되 업무에서 진흥과 감독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정책이든, 규제든 일관성이 있어야 효력이 있고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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