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경기침체의 여파가 조선업종에도 본격적으로 몰아칠 조짐이다. 조선업종의 선행지수라 할 수 있는 해운지수가 급락하고 선박 발주량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마저도 1년8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벌크선 등 범용선박을 건조하는 중소 조선사들은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신조선가마저 하락하자 도산 공포에 떨고 있다. 13일 조선시장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벌크선ㆍ컨테이너선ㆍLNG선 등의 10월 신조선가 지수가 소폭 하락했다. 신조선가 지수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중순 이후 약 1년8개월 만이다. 새로 짓는 선박의 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 지수는 대부분의 선종에서 지난 2005년 중반 몇 개월간 약세를 보였을 뿐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호황을 누려왔던 조선업 경기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본격적으로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종별로는 18만톤급 벌크선의 10월 신조선가 지수는 94.50으로 지난달보다 1.5포인트 하락했으며 8,0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선가 역시 135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신조선가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선박에 투자하는 선박금융 시장도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실물경제 전망도 불투명해 물동량이 줄어들어 새로운 선박에 대한 수요도 크게 줄었다. 실제 벌크선 해운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올 5월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8일 기준 BDI는 2,885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5월 1만844보다 무려 70% 이상 떨어졌다. 한 시장전문가는 “선박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던 투기세력들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며 “불투명한 경기전망 때문에 실제로 선박이 필요한 선주사들을 제외한 금융투자 세력들은 발주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전문가는 “선주들 입장에서는 벌크선 운임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박을 발주할 이유가 없다”며 “범용선박을 주력으로 했던 중국 조선소나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신조선가 하락현상에 대해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간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등 대형업체들은 이미 3~4년치 일감을 수주한데다 높은 기술력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하고 있어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이미 충분한 수주 잔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할 이유가 없다”며 “고부가가치 선박의 경우 가격변동이 거의 없고 최근 실제 수주가격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벌크선 등 범용선박을 주로 수주해왔던 중소업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설비투자 및 운영자금조차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조선가마저 하락하자 울상을 짓고 있는 것. 중소업체들의 자금난이 점차 심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일부 중소업체들의 실명까지 거론되며 ‘곧 도산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조차 나돌고 있다. 한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는 “벌크선 등 범용선박은 가격경쟁력이 중요한데 신조선 가격이 하락하면 중국 업체들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선박 수주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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