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미국)의 우승 여부는 코스 난이도가 아니라 그의 컨디션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우즈는 매년 다른 장소에서 치러지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CA챔피언십(총상금 800만달러)을 6차례나 제패하는 진기록을 일궈냈다. 우즈는 2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도랄리조트골프장 블루코스(파72ㆍ7,26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1타를 잃었지만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브렛 웨트릭(미국)을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1월 뷰익인비테이셔널에 이어 시즌 2승째이며 통산 56번째 우승. 지금까지 8차례 열린 이 대회에서 2005년부터 3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모두 6번이나 정상에 섰다. 단일대회 6승은 우즈의 개인 최다 기록이며 그보다 더 많은 승수를 올린 것은 지난 38년부터 65년 사이에 그린스보로오픈을 8차례 제패했던 샘 스니드(미국) 뿐이다. 하지만 CA챔피언십의 개최지가 해마다 미국과 유럽 등지로 바뀐다는 점에서 우즈의 기록은 더욱 각별하다. 큰 경기에 유독 강한 그는 '별들의 전쟁'인 WGC 시리즈 성적도 화려하다. 99년부터 치러진 WGC 시리즈 24개 대회에 참가해 13개의 우승컵을 수집했고 스트로크플레이 대회로만 따지면 16번 출전에 11승이라는 엄청난 승률을 올렸다. 135만달러의 우승상금을 받아 비제이 싱(피지)에 이어 시즌 상금랭킹 2위로 올라섰고 열흘 뒤 열리는 마스터스 정상 탈환의 전망을 밝힌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었다. 이날 4타차 선두로 출발한 우즈는 퍼트 감각이 무뎠지만 동반 플레이한 웨트릭이 뒷걸음질을 하면서 10번홀까지 6타차 리드를 잡기도 했다. 유일한 위기는 '블루 몬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찾아왔다. 3타차로 추격한 웨터릭이 버디 기회를 만든 반면 우즈는 티샷을 러프에 보낸 탓에 15m 가량의 내리막 파 퍼트를 남긴 것. 하지만 우즈는 홀 바로 옆에 붙여 보기로 막았고 웨터릭은 버디를 놓치면서 승부는 2타차로 끝이 났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최종일 단독선두로 맞은 미국 PGA투어 대회에서 31차례 모두 우승으로 연결하면서 '역전불허'의 명성도 재확인시켰다.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는 이븐파 72타를 쳐 공동19위(합계 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고 양용은(35ㆍ테일러메이드)은 공동65위(13오버파)에 그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