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면서 ‘영화투자=대박’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의 영화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창투사들도 영화 등 문화산업 분야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성공한 영화는 아직 일부에 불과할 뿐 대부분의 영화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 제작사들도 관리상의 이유 등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금조달 보다는 여전히 창투사나 대규모 전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문화산업완성보증보험’이나 ‘네티즌 펀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문화산업 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어서 그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투자 ‘대박’은 일부에 그쳐 = 지난해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 의뢰한 한국 영화 편수는 총 80편으로 2002년에 비해 두 편 정도 늘었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관객수 1,000만 명을 넘은 ‘실미도’, ‘태극기’ 외에 ‘올드보이‘, ‘바람난 가족’, ‘살인의 추억’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익을 낸 영화는10여편, 적자를 면한 영화는 20여편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순수하게 제작비만 45억원 이상 투입한 튜브, 청풍명월, 내츄럴시티, 천년호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들도 줄줄이 실패의 쓴 잔을 맛봤다. 이들 4편의 손실액만 약 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공작들은 적게는 50~60%, 많게는 150%~200%의 수익을 올려 저금리시대의 유력한 투자 수단으로 떠 올랐다고 하지만 영화계의 명암은 그만큼 깊은 것이다. 영화투자배급사 아이엠픽쳐스가 지난 한해동안 국내 영화시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평균 투자수익은 약 2,000만원으로 전년도의 4억원 적자에서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평균 투자금액 20억원을 기준으로 볼 때 투자수익률은 여전히 1%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규모가 커진만큼 투자 수익 역시 좋아지고 있지만 투자에 대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제작사가 극장 입장료의 40%(극장 및 배급수수료 제외)를 가져가는 현행 국내 영화계에서 30억원 정도 투입한 영화의 경우100만명(극장관객기준)은 동원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네티즌펀드’ 의견 엇갈려 = 최근 영화사들의 유력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떠오른 네티즌 펀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쪽은 순수 제작비 외에 PNA(프린트ㆍ광고비) 등 추가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은 국내외 펀딩이 어려울 때 마지못해 쓰는 방편쯤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80만명 관객 동원에 성공해 60%의 투자수익을 올린 ‘바람난 가족’의 명필름은 네티즌들의 투자 참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해피엔드’에 이어 두번째로 인터넷 펀딩을 실시한 이 회사는 전체 제작비 30억원 중 20억원을 400여명의 네티즌들로부터 조달, 100만원 투자자의 경우 160만원씩을 분배해 줬다. 반면 투자금 51억원 전액을 자체 조달한 ‘올드 보이’의 쇼이스트는 펀드 활용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터넷 모금의 경우 자금조달 보다는 흥행 성공을 위한 홍보 개념이 강하다”며 “투자자가 많아지면 사소한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관리비용도 늘어 어려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 제도보완에 따른 투자활성화 기대 = 결론적으로 일반인들의 영화 투자 참여는 아직 한계가 많다. 영화사들이 꺼리는 이유도 있지만 분배과정에 포괄적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네티즌 펀드의 경우 극장 상영에 의한 이익 분배외에 DVD제작, 방송 판매, 해외 수출 등에 따른 수익금 배분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더구나 일반인들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 문화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산업 완성보증보험제도나 네티즌 펀드법(가칭)은 영화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참여를 넓히고 투자의 경제외적 위험도 제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완성보증보험제도란 보험사가 개입해 문화상품이 일정 기간 내에 예산범위 내에서 완성될 것을 보장해주는 것이며, 네티즌 펀드법은 인터넷 등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경우의 수익 배분 기준과 절차 등을 정한 것이다. 문광부 관계자는 “최근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가 빈번해지고 대규모화하고 있지만 이 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위험성이 높은 산업”이라며 “민간 소액 여유자금의 문화산업분야 투자를 촉진하고 일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문화산업진흥기본법 등 관련법을 손질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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