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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헤쳐가는 여걸] <10> 정선문 연합시스템 사장

"正道·신뢰경영으로 정상화 앞당겼죠"

베어링 제조업 분야에서 탄탄한 자리를 구축한 연합시스템의 정선문(56) 사장. 지난 70년 설립된 연합정밀은 지난 2001년 컨베이어 체인 사업을 병행하면서 연합시스템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 92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회사를 떠 맡게 되면서 정 사장은 경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수년에 걸쳐 선박용 베어링을 개발했는데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중국이 국산 제품의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저가 제품을 국내에 유통,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건강마저 악화된 남편이 세상을 떴지요.” 남편의 죽음은 그녀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더욱이 신제품 개발을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비투자까지 했던 터라 적지 않은 빚이 ‘유산’으로 남았다. 정 사장은 부동산과 애지중지 모았던 고가의 미술품을 팔 수 밖에 없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남편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연합의 역사를 거기서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위기는 그 이후에도 수도 없이 찾아 왔다. 회사 살림을 맡았던 직원이 물품 대금을 횡령하거나 경쟁 업체의 농간으로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사장은 오로지 신뢰 경영으로 이 난관을 극복했다. 대기업 납품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십중팔구 접대를 해야 하는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정 사장은 이 같은 접대 방식을 거부했다. 좋은 원재료와 기술력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적절한 가격으로 협상을 했다. 물론 계약이 체결될 때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꼼수’를 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계약이 성사되면 자신의 수집품 가운데 부담이 되지 않는 가격의 작품을 선물하곤 했다. 그녀는 대기업들과 거래를 하면서 느낀 불만도 서슴없이 털어 놓았다. “대기업 중에는 협력업체와 상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거래하는 곳도 있지만 협력업체를 ‘허수아비’로 보고 단가부터 낮추고 보는 곳도 있지요” 그런 업체는 아무리 국내 1, 2위를 다툰다 하더라도 거래를 안하는 게 그녀의 철칙이다. “중소기업들이 무너지는 이유 중 하나는 거래를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나는 것을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겁 없이 덤비기 때문” 이라는 정사장은 그녀의 뒤를 따라올 후배 기업인들에게 “제 살 깎기 식으로 손해가 나는 사업을 하느니 액수가 작더라도 회사에 피해가 되지 않는 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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