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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히트가요 부르기/정균화 나라기획 사장(기업인 문화칼럼)
입력1997-10-25 00:00:00
수정
1997.10.25 00:00:00
정균화 기자
매월 첫날이 되면, 우리 회사 대회의실에서는 임직원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악보 하나씩을 손에 들고 최신 히트가요를 부른다. 그 자리는 조회라는 성격의 자리지만 공식적인 조회가 끝나면, H·O·T의 「행복」이나 DJ.DOC의 「DOC와 춤을」같은 최신 가요를 신나게 불러 제낀다.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른 사무실에서는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해 할 뿐이다.이처럼 직원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은 우리 회사가 아이디어와 최신 유행의 진원지인 광고회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핵심적인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청소년의 인식 구조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광고주의 상품을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가 없다. 그들의 신세대감각, 리듬감각, 언어표현, 심지어는 청소년들을 사로잡는 「스타」들의 의상에 이르기까지 모든게 우리의 관심영역인 셈이다.
10대를 기반으로 하는 최신 가요의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즉흥적이고 말초적인 감각의 추구, 자칫 경박해지기 쉬운 언어표현 등.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면들 조차 우리와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는 우리 나라의 미래가 되는 이들의 분명한 객관적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의 문화를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람은 함께 살고 있는 우리 성인들 뿐이다. 또한 그들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 역시 우리 성인들이다.
우리회사의 최신 가요 따라부르기 캠페인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매월 첫날,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부터 광고로 수십년간 잔뼈가 굵어온 고참사원들까지, 한 자리에서 힙합을 부르며 되지도 않는 랩을 따라하다 보면 누가 상사인지 누가 아래 직원인지 분간이 되지않는다. 전날 있었던 심각한 의견충돌은 말끔히 잊어버린다. 서먹서먹하던 직원들도 사무실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괜한 웃음을 건네게 된다. 사람이 재산인 광고회사에서 탄탄한 팀워크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인 셈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에 몰아닥치는 불황의 바람은 거세기만 하다. 부도사태, 실적미달, 감원바람, 경비절감 등…. 유쾌할리 없는 갖가지 병리현상들만 부각되는 실정이다. 혹시 이런 단어들이 우리 마음의 병이 돼가고 있다면, 그 병은 약이 아닌 노래로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약력
▲47년 서울 출생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고려대 언론대학원 ▲제일기획·금강기획 총괄본부장 ▲독립광고회사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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