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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후보자 인터뷰] "환율·경상수지는 국민 삶의 질과 연결돼야 의미 있어"

수출 대기업 위주 고환율정책 변화 시사<br>한국경제 조로 현상 우려 분위기 바꿀 쇄신책 필요<br>경제주체들에 활력 불어넣고 성장 혜택 골고루 나눠줄것

"십자가를 지고 가는 느낌입니다. 잔뜩 기대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습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지난 13일 밤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자리한 최경환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를 성공하게 해야 한다는 특별한 위치에 있어 사명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시간 가까이 기자들과 치킨과 맥주를 즐기면서 최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와 통과가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현안에 따라 때로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하고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등 비교적 적극적으로 질문에 응했다.

먼저 1기 경제팀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최 후보자는 조심스럽게 "나름대로 어려운 여건에서 성과를 냈지만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이 체감하도록 하는 데 미흡했던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최 후보자는 "우리 경제는 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비교적 일찍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부총리 지명 직후 경제주체의 무기력감을 떨쳐낼 수 있도록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 2기 경제팀의 최대 과제라고 밝힌 이유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최 후보자는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주체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될 만한 정책 패키지를 준비할 것이라는 의사도 내비쳤다.

-내정 소감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느낌이다. 지금 잔뜩 기대를 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많다. 박근혜 정부를 성공하게 해야 한다는 특별한 위치에서 사명감을 더 느낄 수밖에 없다.

-1기 경제팀 평가는.

△어려운 여건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뭔가 나아지겠구나'나 '나아졌구나'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이 체감하게 하는 데는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새 경제팀의 과제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저는 정부 성공의 가늠자가 국민이 먹고사는 것이 나아졌는지로 평가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과거처럼 성장률 몇 퍼센트 이런 게 아니라 국민이 먹고살기 나아졌느냐로 평가하는 것이 정권 성공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기업·가계 등 우리 경제주체가 축 처져 있다. 경제주체가 신명 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전환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새 정부 출범하고 레일 깔고 공약 로드맵 만들며 고생한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점검, 바꿀 건 확 바꿔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경제주체가 '아 이제 경제 좀 돌아가겠구나' 하는 희망을 빨리 주는 것이 경제팀의 최대 과제 아니겠나. 물론 경제 체질에 관한 보약은 계속 먹어야 하니까 그건 그대로 속도감 있게 해나가겠다.

-현 경제 상황은 어떻게 보나.

△우리 경제는 좀 더 커야 할 청장년 경제인데 '조로(早老)'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저성장 늪에서 고만고만하게 가면 결국 굉장히 가진 것 없는 늙은 경제가 될 우려가 많다. 과거처럼 6∼8% 성장은 못 하겠지만 상당한 다이내믹스로 5∼10년은 가져가야 고령화 시대를 제대로 맞을 수 있다. 이번 정부와 다음 정부가 그런 과정을 성공적으로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가느냐가 결정되지 않을까 한다.

-경기 판단과 정부와 시장의 역할은.



△조금 나아지려다 세월호 때문에 주춤한 상황 아닌가. 세계 경제 국면과도 연관이 있다. 좀 회복하기는 하는데 너무 미약하다. 또 우리 경제의 4분의3은 시장이고 4분의1이 재정과 공공 부문이다. 시장이 응답해야 한다. 재정이 아무리 무엇을 한다고 해도 (이것이 경제 전반에) 크게 기여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장과 호흡하면서 시장이 응답하도록 정책을 펼치고 신뢰를 주고 끌어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월급과 부동산·주식은 시장이 올려주는 것이지 부총리가 올려주는 것이 아니다. 시장 권력이 커져 있어 정부 권력이 못 맞선다. (정부가) 시장이 잘 작동하도록 윤활유를 쳐줄 수는 있지만 개발 시대처럼 할 수는 없다.

-소득 양극화 해소가 필요한데.

△현 정부 국정 기조의 첫째가 경제 부흥이고 두 번째가 국민 행복이다. 새 정부 정책 형성 과정을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이런 철학을 이해한다. 경제 성장도 하고 일자리 성장도 해서 골고루 나눠줘야 국민이 행복하다는 것이 큰 틀의 기조다. 국민도 (국가 경제 성장으로) 자신에게 어떤 혜택이나 이익이 돌아오는지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 성장이 국민에게 오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부의 국정 철학이고 기조다.

-부동산 규제 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손봐야 하는가.

△지금은 과거처럼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는 시절이 아니다. 즉 한여름이 아니라 한겨울이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으니 감기 걸려 죽을 수 있지 않나. 한여름이 오면 옷을 바꿔 입으면 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한여름에 대비해 겨울옷을 계속 입고 있으면 되겠느냐.

-원화는 장기적으로 강세로 가는 방향인가.

△경상수지 흑자만 보면 그런 요인도 있지만 환율이 꼭 그런 요인만 가지고 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환율은 가격변수라는 것이 민감해서 이랬다저랬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고환율이 좋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있는데.

△거시적 성장이 국민 행복과 다른 대표적 예다. 사실은 자기 나라 화폐 가치가 올라가면 그만큼 소득이 올라가 구매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나라는 수출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니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경제 성장 6∼7%라도 나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이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수출이 잘됐다고 하면 흑자가 나기에 좋지만 효과가 국민 삶의 질로 나타났을 때 의미 있는 것이며 그런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앞으로 청와대나 국회, 다른 부처와 어떻게 협업해나갈 것인가.

△협상이라는 것은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한 작은 투자다. 지난 1년간 여야 관계가 극도로 파고가 높을 때 원내대표를 하면서 법안을 다 처리했다. 예산안과 기초연금법 등 모두 안 될 줄 알았지만 패키지딜을 통해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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