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배가 돈뿐 아니라 헌법정신까지 태운다.' 서울경제신문의 창간시리즈 '경제백서'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지난 1960년 당시 양담배 흡연에 지출된 금액은 연간 약 81억1,200만환. 국산담배 판매액 631억환의 12.8% 규모였다.
양담배 흡연에 헌법까지 들먹인 이유는 두 가지. 불법인데다 초고가였기 때문이다. 국산보다 12배 이상 비싼 불법 양담배를 피우는 특권층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현실에서 50년 전 서울경제는 이렇게 썼다. '균형 있는 국민경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이 양담배로 모독 받고 있다.'
오늘날 사정은 어떠할까. 훨씬 심각해졌다. 점유율부터 40%에 육박하는데도 경계론을 펼치면 '외산담배면 어때?'라는 반론이 바로 나온다. 연간 4,100억달러어치의 상품을 수출하는 한국이 외산담배를 문제시하는 자체에 문제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과연 그럴까. 외산담배로 인한 경제적 해악은 1950년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예전에는 양담배 판매수익이 PX의 미군 병사와 한국인 도매상에게 돌아갔다면 요즘 외산담배 수익은 대부분 다국적 자본의 몫이다.
외산담배업체인 BAT코리아의 지난해 배당률은 5,778%. 7만원짜리 주식으로 404만원씩 배당금을 받았다. 탈세 혐의를 잡아 거액의 세금을 추징한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절차를 밟아 지난해 말 소리 소문 없이 이겨내고 탈세추징액은 물론 이자까지 환급 받은 덕분이지만 이전에도 배당률은 823~2,588%에 달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도 마찬가지다. 2001년에는 중간배당을 합쳐 8,725%의 배당을 기록한 적도 있다. 이뿐 아니다. 배당금 이외에도 로열티가 빠져나간다. 외산담배 판매대금의 최대 7%가 배당과는 별도로 로열티 항목을 통해 국외로 유출된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코리아를 통해 로열티로 빠져나간 금액만 368억원에 이른다.
외산담배 선호도가 80%에 달하는 20~30대 흡연층에게 서울경제가 설문한 결과 과도한 해외배당으로 외산담배에 로열티가 붙는다는 사실조차 절대 다수가 모르고 있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외산담배 점유율은 높아만 간다. 한국은 과연 '봉'일까. 기부금 항목을 보면 그렇다. 외산담배업체들은 유독 한국에서의 기부에 인색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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