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이후 주식시장 성장에 대비해 기관투자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한 금융 관련 업계에서 통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금융투자협회는 29일 '통일과 자본시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경우 기관투자가의 금융자산과 주식투자 비중 확대에 힘입어 자본시장이 통일 이후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국내는 기관투자가의 자본시장 비중이 줄어들고 있어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1990년 통일 직후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인 DAX30지수가 하락했지만 3년 만인 1993년 7월에 통일 직전 수준인 1,973포인트를 회복했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10년 만인 2000년 2월에는 7,644.55포인트로 통일 직전보다 5.6배가 올랐다.
임병익 금투협 정책지원본부 조사연구실 실장은 "독일은 통일 이후 1992년부터 2001년까지 기관투자가의 금융자산 규모가 5,309억유로에서 1조6,775억유로로 3배 넘게 증가했다"며 "특히 자산운용회사의 투자 비중이 22%에서 46%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이어 "기관투자가의 금융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주식투자 비중이 11%에서 24%로 늘어났고 특히 자산운용사의 주식투자비중이 25%에서 41%로 늘어나 운용사가 통일 이후 주식시장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여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지난 2000년 15.8%를 기록한 후 2006년 22.0%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업황이 침체되면서 2012년 말 기준으로는 16.7%까지 감소했다.
금투협은 채권시장 활성화가 통일 이후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은 "독일은 1994년 말까지 1,150억마르크의 통일 비용을 채권시장에서 조달했다며 "현재 통일 관련 논의가 주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투자업계가 채권시장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통일 이후의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는 운용업계 스스로 자금유치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최초로 통일펀드를 출시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정부 투자만으로는 통일 이후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운용업계도 펀딩을 통한 투자유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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