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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감자' 대국민 사과 내용·문제점
입력2000-12-21 00:00:00
수정
2000.12.21 00:00:00
'은행감자' 대국민 사과 내용·문제점
정책잘못 변명 일관 "책임회피 급급"
정부가 21일 내놓은 대국민 사과문은 6개 은행 완전감자후 쏟아진 비판과 대통령의 문책조치에 따라 급조한 궁여지책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공적자금 낭비와 완전감자에 따른 책임소재가 여전히 오리무중인데다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신주인수권 부여 등도 정책의 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적자금 집행과정과 '말바꾸기'에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이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책임론'의 집중포화는 이번에도 은행장과 부실기업주에게만 돌아가게 됐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당국자들이 책임행정을 펼 수 있도록 하루빨리 '정책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이빨빠진 책임규명
정부가 비등한 감자책임론을 조기 봉합키 위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
▦공적자금 8조3,000억원을 휴지로 돌아가게 만든 비판과 ▦은행 부실경영을 방치한데 대한 비난여론 ▦정책당국자의 말바꾸기에 대한 신뢰추락이었다.
대통령 문책지시후 이틀만에 나온 책임추궁은 예상대로 ▦정부당국 ▦은행경영진 ▦부실기업주 등 세 부분으로 나눠졌다. 우선 정부는 은행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 '선의의' 소액투자가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 대부분은 완전감자를 하게 된 변명으로 가득찼다.
'말바꾸기'에 대해선 당시 은행 순자산(자산-부채)이 플러스여서 후순위채로 충분, '감자는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주에게 공적자금으로 인한 이익이 돌아가는(무임승차) 결과를 막기위해 완전감자를 했다는 해명도 되풀이했다.
대신 공적자금 낭비는 내년 1월 공자금 조사과정서 귀책사유를 판단, 책임을 묻겠다고 설명했다. 책임국면을 일단 모면하자는 흔적이 역력했다.
정부는 스스로에 대한 면죄 대신 은행경영진ㆍ부실기업주에 대해선 매서운 단죄의지를 드러냈다. 한빛은행 순자산가치가 한달새 2조3,0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나 감자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알리지 못한 부실공시에 대해 책임부과 의지를 밝혔다.
기업주에 대해선 예상대로 예금보험공사의 기업조사권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뜻을 밝혔다.
◇여론에 훼손된 정책원칙
정부는 이날도 공적자금으로 은행주식 투자자를 보전하는 문제를 방지키 위해 완전감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액투자자에게 신주인수권 장치를 부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액투자가들로선 매수청구권외에 완전감자후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클린뱅크'의 자본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 또한 소액투자자들의 손실을 일정부분 공적자금이 메꿔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기존주주로선 무임승차는 아니더라도 '할인승차'는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근영위원장은 특히 "신주인수권 부여 등은 주주 동의로 가능한데 공자금 은행 주주는 정부"라며 이번 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완전감자에 대한 책임문제는 정책당국과 부실은행 경영진들에 대한 엄벌을 뜻했던 것"이라며 "정부 당국이 소액주주 불만을 다독거려 국면을 벗어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하는 정책실명제 도입여론
이번에도 드러났듯, 감자문책론과 관련한 정부당국자의 책임은 경제장관의 그럴듯한 '립서비스'로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자동차 매각실패 때와 마찬가지다. 정책 오판으로 피해는 국민이 보는데 잘못된 정책에 대해 책임지는 당국자는 없는 셈이다.
'사람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책도 바뀌었다'는 게 고작이다. 물론 정책에 대해 일일이 책임을 물을 경우 소신행정을 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권한과 책임을 보다 분명히 해야만 오히려 책임행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KDI의 한 연구위원은 "이번을 계기로 정책실명제를 도입, 관료들의 책임행정을 유도해야 한다"며 "소신있는 관료도 이를 통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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