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막판 대형주들을 집중 사들이며 총력 방어에 나섰음에도 국내 증시가 1,900선을 지키는 데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끝내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악재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실적 개선주와 중국경기부양주로 대응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4.77포인트(0.77%) 떨어진 1,898.9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을 내준 것은 지난 1월 18일(1,892.39) 이후 넉 달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지수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커지면서 장 중 30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1,880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우정사업본부와 연기금이 장 막판 매수에 나서면서 1,9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는 이날에만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대형주등을 1,300억원 어치 이상 집중 사들이며 증시 방어에 나섰다.
장 초반 매도에 나서던 연기금도 증시 막판 주식을 사들이며 155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서 증시 방어에 힘을 보탰지만 1,900선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날은 화학ㆍ기계주의 낙폭이 컸다. 특히 두 업종은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의 뭇매를 맞으며 이날 각각 1.43%, 1.84% 하락했다.
개별 종목에서는 화학 대장주인 LG화학이 2%(5,500원)떨어진 26만 9,000원에 장을 마쳤고 한화케미칼과 효성도 각각 4.79%, 1.4% 떨어졌다. 기계주도 이날 부진을 면치 못했다. 두산 인프라코어는 3.74%의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데 실패한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 은행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하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연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ㆍ기계주는 중국 경기 동향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중국 지준율 인하가 중국의 정책리스크 및 경기둔화 양상을 반전시키는데 충분하지 않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업종 낙폭이 커서 단기 대응은 가능하겠지만 추세적 회복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주와 의료주는 하락장에서 선전하며 경기방어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날 대부분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통신주와 의료주는 나홀로 각각 0.46%, 0.68% 상승했다. 국내 대표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 KT는 각각 0.37%, 0.83% 상승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주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약세장 속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이라며 “롱텀에볼루션(LTE) 시장 확대에 따른 2ㆍ4분기에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만큼 약세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종목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악재가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신중한 매수를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과매도 국면이라며 추종 매도를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매도구간인 만큼 외국인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1,900선 부근에서 지수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 1,900선이하는 펀더멘털이나 주가수익률(PER)기준으로 봤을 때 과매도 구간으로 평가된다”며 “여전히 외국인을 중심으로 대형주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중국 경기 부양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반등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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