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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바란다:4/정부,시장기능 감시역에 그쳐야(경제를 살리자)

◎경제정책 통치권자 취향따라 우왕좌왕 “특혜시비”/관료들 「주식회사」한국 영업사원 변신을영국은 외국기업들의 「투자천국」으로 불린다. 외국기업이 투자결정을 하기가 바쁘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세일즈맨 뺨치게 공장건설에 필요한 모든 수속을 대행해준다. 『외국투자가는 투자의향서에 사인하고 공장외벽을 뭘로 장식할까 하는 것을 고민하면 된다』(양지원공구 송호근 사장)고 말할 정도다. 그는 『한국에선 공장 짓는데 길게는 3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수십개에서 많게는 1천개의 도장을 찍으러 다니기 바쁜 것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비단 송호근 사장만이 아니라 영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기업인은 「이런 별천지가 있는가」란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영국에 외국인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은 규제완화와 관료들의 세일즈맨십 같은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요인은 정부가 정권교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번 수립한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한다는 점. 브라이언 콜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 극동담당국장은 『우리도 행정규제가 일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고수하는 것에 외국기업들이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어떤가. 외국기업들에 대해 한국에 투자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한국은 쓸데없는 정부규제가 너무 많다. 행정규제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밀실에서 결정되고 수시로 바뀌는 정책을 누가 믿고 들어가겠는가.』(크라이슬러코리아 웨인 첨리 사장) 한국의 경제정책은 심하게 말하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인게 많다. 기업들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어진 「규제다발」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통치권자와 관료들의 입맛과 취향, 기업선호도에 따라 여러개의 잣대로 신규사업 진입과 퇴출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어느 기업은 정부나 통치권자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으므로 사업인허가를 해주고 누구는 「미운털」이 박혀 있기 때문에 딱지맞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않고 있다. 형평성 시비는 다시 특혜의혹으로 불거져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문제와 자동차업체간 구조조정 갈등은 일관성없는 정부정책이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93년 11월말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내걸면서 시장 진입과 퇴출을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천명한 것을 계기로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허용했다. 현대도 이같은 정부정책의 변화에 고무돼 일관제철사업진출을 추진했으나 아직껏 정부의 반대에 부딪쳐 있는 상태다. 재계의 핫이슈로 부각한 자동차 구조조정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간 매수합병에 대해서는 조세감면 등의 정책적 배려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 등 기존 자동차업체들은 『이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정부지원에 의한 구조조정』이라며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반도체업계도 부처간 이기주의와 불협화음으로 해묵은 숙원인 수도권 공장증설을 위한 부지확보를 제대로 못해 골탕을 먹고있다. 한국의 반도체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총리와 대통령이 나서는 영국·미국·필리핀 등에 비해 한국의 관리들은 여전히 고압적이고 관료주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재계는 장기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행정규제완화와 일관성있는 정책시행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전경련 손병두부회장은 『문민정부의 규제완화는 핵심적인 정책규제보다 곁가지 떨어내기에 치우쳐 있다』며 『통치권 차원의 강력한 규제혁파 없이는 경영환경개선은 물론 경제회복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도 『정부는 시장기능이 제대로 수행되는지를 감시하는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한다. 자율경쟁과 공정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인 틀을 마련해주는 것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일관성있는 룰을 수립, 운용하는 것이 과당경쟁과 특혜시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행정에 경영마인드를 도입하고 「목이 뻣뻣한」 관료들이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는 것도 시급하다. 외국은 관리들이 세일즈맨으로 변신하고 행정에 경영원리를 도입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투자기관의 간부들은 대부분 한글명함을 갖고 한국에 몰려와 투자세일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선진국 관료들이 영업사원으로 대변신한 것처럼 한국의 관료들도 「주식회사 한국」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최일선 영업사원으로 뛰어줄 것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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