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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새패러다임을 찾아서] 14. 인도네시아

민주화 요구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정치적인 불안이 계속되면서 인도네시아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섬에서 인종, 종교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제개혁과 금융·기업구조조정이 지체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정치적 불안때문이다.그러나 자카르타 증권거래소는 혼란속에서 새로운 비전을 찾아 꿈틀대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역사는 네덜란드 식민지배를 받던 19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인 증시 모습은 지난 77년 자카르타 증권거래소(JSX)가 출범하면서부터 갖춰지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80년대말부터 외국인 투자 허용, 장외시장 설립, 상장조건 완화, 일일 가격제한폭 철폐등 규제완화 조치를 단행, 자본시장 육성에 뛰어들었다. 89년에는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에 제2증권거래소가 설립되기도 했다. 꾸준히 성장하던 인도네시아 증시는 97, 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 300포인트대가 무너지는 등 붕괴일보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그러나 99년 하반기부터 대형주들의 장세견인과 지난해 6월 총선을 계기로 루피아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점차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자카르타 증권거래소는 외국인에 대해 100% 시장이 개방된 상황. 지난해 6월부터는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한도도 폐지됐다. 자카르타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은 99년말 현재 27.04%정도. 지난 94년에는 외국인 비중이 70%에 달했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썰물처럼 외국자본이 시장을 빠져나갔다. 자카르타 증권거래소는 외환위기 전에는 197개의 회원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144개 증권사만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소규모 브로커리지 하우스까지 모두 회원사로 등록돼 있어 회원사 수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종합증권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10여개 안팎이다. 자카르타 거래소역시 인터넷등 첨단주식 열풍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텔레콤과 멀티폴라 2개 주식이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 주식의 거래비중은 무려 18.1%에 달했다. 특히 멀티폴라는 컴퓨터 부품 제조업체로 12월 한달간 주가상승률이 무려 308%에 달했다. 첨단기술주로 인식되면서 천정부지로 주가가 뛴 것이다. 자카르타 거래소는 그러나 정정불안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기피로 아직도 불투명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상황 자체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들의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정치권에서 은행 구조조정을 미끼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밝혀져 발리은행의 해외매각이 무산되고 IMF로부터의 자금인출도 금지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제투명성과 개혁의지라는 측면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카르타 거래소의 회원사로서 한국계 증권사인 클레몬트 증권의 박희우(朴熙宇)이사는 『정치적인 불안과 불신이 외국인의 주식투자를 방해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현재 인도네시아 증시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정치불안에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거래소는 제도적으로도 국제적인 자본시장으로서 다소 뒤떨어져 있다. 우선 원거리 접속매매방식으로 모든 주문이 증권거래소 객장에 모여져 체결되기 때문에 체결속도가 느리고 주문체결 확인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실물인수도 방식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주문을 내서 실물이 자신의 계좌로 넘어오는데 무려 5일이 걸린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97년 증권예탁원을 설립, 실물인수도 절차없이 증권매매 가 이뤄지도록 계획을 세웠으나 외환위기로 설립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자카르타 증시는 이처럼 객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으면서도 동남아시아 자본시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평가되고 있다. 이탈했던 외국자본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자카르타 증시는 관심의 대상이다. ABN암로나 쟈딘플레밍같은 외국의 대형 증권사가 자카르타에서 철수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도 인도네시아 경제의 무한한 잠재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살로먼스미스바니, JP모건등 유수의 투자은행들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2000년에 4~6%의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해 2·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 기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실질 GDP가 2·4분기에 1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전년동기대비 3.1%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4·4분기에도 5.7% 성장한 것으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추정하고 있다. 실물경기의 회복세는 수출이 주도하고 있다. 루피화가 안정세를 나타내면서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외환은행의 홍영철(洪永哲) 전무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환율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을 회복,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외국 투자은행들은 인도네시아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98, 99년과 같은 극심한 정치·사회적 불안이 재연될 경우 인도네시아 경제는 다시 한번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외자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 신규 외자유입이 크게 위축될 뿐만 아니라 이미 들어와 있는 자본마저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외환위기 이전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이 국내총생산의 19%를 처지할 정도로 외국자본의 역할이 컸다. 결국 인도네시아가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충분히 활용하기위해서는 외국자본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의 장래는 금융구조조정과 자본시장을 통한 외자유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카르타=김성수기자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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