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이 상당히 높습니다. 침체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돌파구로 디자인을 선택한 것입니다."
6일 중국 베이징 차이나디자인마켓(CDM)에 있는 한국디자인진흥원 중국사무소에서 만난 홍민석 중국사무소 소장은 "중국은 현재 지방정부마다 디자인 중소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다"며 "금융지원은 물론 굉장히 많은 디자인 관련 전시가 이뤄지는걸 보면서 금세 우리나라를 쫓아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모방의 천국, 디자이너들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던 중국이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단기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는 분야로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가을 중국 지도자 최초로 광둥산업디자인파크(GIDC)를 불시에 방문하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홍 소장은 "막강한 하드파워를 보유한 세계2위 경제대국이 무서운 기세로 디자인에 투자하고 있다"며 "지난해 베이징시 디자인 예산만해도 5억위안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금액은 우리나라 돈 약 900억원에 이른다. 베이징시에서만 우리나라 국가 전체 디자인 R&D 예산의 3배에 가까운 규모를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2,000억위안(약37조원)의 중국 디자인 산업의 규모는 2020년이 되면 약4,000억위안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지원 속에 중국 내 디자인 회사들은 점차 실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이날 찾은 중국 내 대표적인 디자인 전문회사 LKK는 베이징에 본사와 함께 런던ㆍ선전ㆍ상해ㆍ청두 등에 지사를 두고 있을 만큼 큰 규모를 자랑했다. 디자이너만 300여명 보유한 이곳은 지멘스ㆍ삼성ㆍ마쯔시타ㆍ노키아ㆍGEㆍ델ㆍ메이디 등 전세계 500대 기업및 중국 내 500대 기업을 상당수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왕 샤오단 LKK 이사는 "우리 LKK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휩쓸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유럽스타일을 찾던 사람들이 조만간 중국스타일의 디자인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베이징산업디자인센터에 따르면 베이징에는 LKK를 비롯한 2만여개가 넘는 디자인기업이 있다. 베이징 전체 기업 수의 6.1%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외에도 베이징 내에 디자인 전공이 설치된 대학과 교육기관은 총 112개, 총 학생수는 약 3만 명에 달한다. 디자인관련 종사자는 약 25만 명으로 베이징시 전체 취업인구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못지 않게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한 기업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응답기업 307곳 중 약 91%가 창조경제 시대의 핵심은 디자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기업 중 디자인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디자인업계에서 아직까지는 우리의 디자인 역량이 중국보다는 앞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으므로 머지않아 추월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영성 스타일십 대표는 "국내 내수시장만으로는 디자인 기업들이 먹고 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중국 디자인의 퀄리티가 우리나라만큼 올라온다면 가격 측면에서 중국과 경쟁해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채영삼 케이.피.디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중국 디자인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정부와 디자인업계가 힘을 합쳐 해외로 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중국이 한국 디자인정보와 인프라를 배우기 위해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에 상당히 호의적인 상태"라며 "이럴 때를 놓치지 않고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해 개소한 중국사무소를 통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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