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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테마주 6개월새 700% 폭등
일부선 악성루머로 주가조작도
지난 6일 증시에서 북한의 경수로 폭발 루머가 급속히 확산됐다. 북한의 영변 경수로가 오전 11시께 실험도중 폭발해 고농도 방사능이 북서풍을 타고 빠르게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이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오후 한때 2% 이상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방사능 측정업체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북 경수로 폭발설’이 풋옵션에 투자한 작전세력이 이익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퍼트린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근들어 증시에서 각종 루머가 난무하면서 주가가 심하게 출렁거리고 있다. 특히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 관련 테마주들이 무더기로 기승을 부리면서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철수테마주다. 정치권의 핫이슈로 등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정치행보와 관련해 묻지마 매매주문이 집중되면서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만에 724%나 급등했다.
솔고바이오는 이 회사 사외이사가 안 원장과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나돌고서 해당 종목이 상한가로 직행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존 테마주는 녹색성장이나 원자력발전처럼 정부 정책이나 대규모 사업 등과 연계된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그러나 최근의 테마주는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과 회사 관계자의 친분을 부각하거나 북한의 권력승계나 핵개발 등과 관련된 근거없는 루머를 통해 테마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위사실을 퍼트려 주가조작에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현은 신현균 대표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 덕분에 주가가 한동안 급등했다. 그러나 사진 속 인물이 신 대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폭락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파악하고 있는 정치테마주는 80여개로 이들 종목의 총 시가총액은 지난 5일 종가기준으로 11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해 6월말 7조6,000원에 비하면 54% 증가했다.
일부 테마주가 급등 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도 비이성적으로 높아져 있다. 안 원장 관련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는 마크로젠과 KT뮤직의 PER은 각각 558배와 128배를 기록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복지정책 수혜주로 평가 받는 보령메디앙스 역시 217배, 오스코텍도 193배로 뛰었다. 박근혜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EG는 189배로 상승했다. 안철수연구소는 110배로, 실적대비 주가가 너무 고평가되어 있다.
이는 코스닥시장 대표기업으로 꾸려진 스타지수의 평균 PER인 19.85배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다. 한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치 이슈에 따라 테마주가 급등하면서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고평가된 주가는 언제든지 급락할 수 있는 만큼 해당 종목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테마주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해 11월 “테마주는 투자자에 대한 약탈행위”라며 강력한 단속을 천명하는 등 잇따른 테마주 특별대책을 밝혔다. 하지만 대책발표 이후 반짝급락했다가 다시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테마주가 진화되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금융당국이 8일 밝힌 추가대책도 이 같은 고민이 묻어 있다.
금융위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긴급 조치권을 발동하고, 테마주 특별조사반 신설, 투자경보종목 지정 요건 완화 등을 추가로 내놨다. 테마주 불공정거래자의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긴박한 대응이 필요할 경우에는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의 심의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검찰에 고발이나 통보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는 거래소의 심리 단계도 생략해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테마주 관련 사건처리가 3~4개월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도 "최근 테마주 확산은 비합리적인 투자행태로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의심스런 거래에 대해서는 시세조종 혐의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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