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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 ㈜대교 회장
입력2004-02-03 00:00:00
수정
2004.02.03 00:00:00
최석영 기자
“㈜대교는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가치를 가진 주식이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산업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이죠.” 3일 거래소 상장을 성공리에 마친 ㈜대교 송자 회장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눈높이 교육`으로 알려진 학습지 업체 대교는 3일 증권거래소에서 첫 매매를 시작했다. 대교는 상장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교육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대교는 3만~4만원짜리 학습지를 팔아서 매출이 8,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기업이죠. 그만큼 국민의 폭 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는 이해관계를 가진 모두에게 이익을 줘야 합니다.”
송 회장은 교육도 시장의 지배를 받는 산업임을 강조한다. “영국이나 미국은 기업 형태의 학교가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요. 교육 분야가 수출 3위인 뉴질랜드는 경제협력단에 학원장들이 대거 포함될 정도지요. 교육이 공공재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추세 변화를 따라가는 겁니다.”
특히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교육부문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송 회장의 설명이다. “여러 비판이 있지만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발전된 상태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을 통해 인재를 길러냈기 때문입니다. 교육 중에서도 읽기 쓰기 계산하기 등 기초적이면서도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을 가르치는 노하우는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의 요즘 관심은 해외진출에 쏠려 있다. 현재 매출액과 회원 수를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교육기업은 일본의 구몬이고 그 다음이 대교. “일본 구몬 회원은 330만명이고 이 가운데 180만명이 해외에 있는데, 대교는 전체회원 240만명의 대부분이 한국 회원입니다. 그만큼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지요.”
대교는 지난해부터 미국 중국 등 시장조사를 한 결과 교육부문에 대해 폐쇄적인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욱 공략하기 수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는 현지법인인 대교아메리카와 대교USA가 `E.nopi` 브랜드를 내 세워 각각 서부와 동부에서 영업중이다.
“미국 교장선생님들도 만나봤는데 교사들이 공부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습지를 추천하는 예가 많다고 하더군요. 모든 학생을 일일이 수준에 맞게 가르칠 수 없으니 학습지로 보완하겠다는 거지요.” 송 회장은 그래서 경영도 미국인에게 맡길 방침이다. 이런 전략으로 3년 후에 외국 회원 수를 50만명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대교 회장으로 취임한 송 회장은 그 동안 다양한 신규 사업을 벌였다. “처음에 대교에 들어와 보니 학습지 사업 비중이 너무 컸지요. 그래서 유아교육 프로그램인 `소빅스`를 비롯해 홈스쿨인 `솔루니`와 중등학원 형태인 `지(知)캠프` 등을 만들어 종합교육업체로서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는 최근 전사적 자원관리(ERP)체계를 다듬고 있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회사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작업이다. 교육서비스 업체가 먼저 경영을 바르게 해야 올바르게 가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DJ정부시절 교육부장관을 지낸 그의 `교육관`은 변함이 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교육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교육을 받는 학생과 이를 뒷바라지 하는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 학교와 재단의 재량권을 넓혀줘야 합니다. 그래야 뒤떨어진 학교는 자연 도태되고 가르치는 사람도 분발하지요. 현재와 같은 교육시스템으론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지 못합니다”
송 회장은 특히 “빌게이츠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며 “평등교육만을 고집하면 이런 사람들을 길러내지 못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학교에 `비영리 법인`이란 꼬리표를 달아 줄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애써 수출해 번 달러를 해외교육기관에 갖다 바치고 있는 현실은 참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에 번듯한 학교가 있으면 나가는 학생이 줄어들 것입니다.”
송 회장은 대교가 최근 인천시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에 아시아의 최고수준이 될 수 있는 국제고등학교를 설립하려고 추진했으나 정부의 여러 가지 규제에 포기하고 말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2009년까지 현재 8,000억원인 대교의 매출규모를 3조원대로 끌어올리겠습니다. 그 다음엔 일선에서 물러나 세계최고 수준의 중ㆍ고등학교를 만들고 교장으로 여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송 회장의 힘주어 말하는 비전에 큰 힘이 느껴졌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시장원리 중시… 가는곳마다 새바람
“처음엔 학자출신이 기업에 와서 무엇을 할까 싶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먼저 직원들의 성향부터 파악해 다독거리고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자문을 받아 경영체계를 가다듬고…” 지난 2001년 송자 회장이 대교에 첫발을 들였을 때를 회상하며 한 평사원이 전한 이 말 한마디에서 그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송 회장은 가는 자리마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연세대 총장시절 학내외의 반대를 극복하고 교수평가제를 도입해 교수들의 질을 높이고 대학발전 기금 1,000억원을 끌어들이는 등 기업 경영방식을 대학에 접목해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국내의 모든 대학에 설치된 `대외협력처`가 그가 첫 선을 보인 작품인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을 인정해 DJ정권은 교육부 장관에 기용했다. 또 삼성전자와 한일은행 등은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친분이 깊었던 대교의 창업자인 강영중(현 대교의 지주회사인 대교네트워크 이사회 회장) 회장은 이런 송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마다 찾아 대교의 경영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송 회장은 번번이 이를 거절했다. 강 회장이 일곱번이나 찾아간 끝에 송 회장은 2001년 3월 대교 회장 자리를 맡았다. 강 회장은 지금도 이를 `칠고초려(七顧草廬)`라고 표현할 정도다.
송 회장은 대교회장에 취임 후 곧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해 현재의 사업구조를 더욱 다지고 신사업을 찾아 6,000억원대 매출을 2년 만에 8,000억원대로 끌어올리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대교가 어제(3일) 거래소 시장에 상장한 것도 그가 대주주를 설득하고 회사의 내실을 다져 거둔 수확중 하나다. 송 회장은 대교에 입성한 지 3년째인 지난달 초 최고경영자(CEO)자리에 올랐다. 그가 주도할 상장사 대교의 또 다른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약력
▲1936년 대전 출생
▲대전고, 연세대 상학과 졸업
▲92~96년 연세대 총장
▲97~2000년 명지대 총장
▲2000년 8월 교육부 장관
▲2001년 ㈜대교 회장
▲2003년 한국사이버대학 총장(현)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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