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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대책반장'이란 별칭에서 볼 수 있듯 구조조정에 관한한 산전수전은 다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인 생활을 하던 그를 금융위원장에 앉힌 것 역시 묵혀 있는 부실을 처리하라는 이유였다. 김 위원장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 취임과 함께 '속도전'을 얘기하면서 저축은행 문제 등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댔다. 그리고 지난 17일에는 업계 자산 1위인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술 작업을 벌이고 10곳의 '블랙리스트'를 발표했다. 그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하면서 LG카드 등 자신이 과거에 사용했던 방식을 원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으로 다가왔다. 그가 내건 전제 조건들을 무시한 채 예금자들은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는 말만 귀에 담았고 이런 사이 당국의 신뢰는 추락했다. 그리고 뱅크런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사태 발발 일주일이 돼 가면서 간신히 불길이 잡히고는 있지만 정작 김 위원장의 처지는 오히려 옹색하게 됐다. 23일 오전 국회 경제정책포럼이 주최한 '한국금융의 현안 및 향후 금융정책 방향' 세미나. 연 이틀간 부산과 목포를 오가는 강행군을 한 탓인지 그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책에 진땀을 뺐다. '정부가 저축은행 부실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미리 대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정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당국이 감독실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을 꺼리고 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부실은 일차적으로 금융권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그래도 돈이 부족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전날부터 관료생활 동안 좀처럼 듣지 않았던 얘기를 통째로 들었다. 성난 민심을 반영한 듯 일부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예금인출 사태를 몰고온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몰아붙였고, 부산주민들은 "영업정지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며 경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구조조정에 관한한 '천하의 SD(김 위원장의 애칭)'라는 말을 들어온 김 위원장. 시장에서는 적어도 저축은행 문제에서는 우리의 금융 수준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상황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지는 않았더라도 곳곳에서 정교하지 못한 모습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아마 김 위원장 스스로도 뱅크런이 이렇게까지 확산될지는 몰랐을 것"이라며 "저축은행 사태는 정부와 금융회사, 국민들이 갖고 있는 금융산업에 대한 인식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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