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3.7%→2012년 4월 3.5%→2012년 7월 3.0%→2012년 10월 ?'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0.5%포인트나 끌어내릴 만큼 경기의 하방 각도가 컸다는 뜻이다. 유로 지역 재정위기 여파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데다 국내 경제지표도 곳곳에서 부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은을 비롯한 금융계에서는 성장률 전망치의 추가 하향 조정도 점쳐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전망치를 내렸지만) 성장의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언급했다. 실제 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7월에 이어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은의 경제전망에서는 전망치를 더 낮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대외 불확실성을 지목했다. 5월 이후 유로 지역 재정위기 문제가 점점 악화된데다 단기간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신 국장은 "유로 지역 재정위기가 우리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떨어뜨린 결정적 요인이며 올해에는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와 생산 부진 등으로 국내 경제 곳곳에서 깜빡이는 적신호(경제지표)도 그동안 눈 닫고 귀 막고 있던 한은을 움직이게 한 요인이다. 실제 올 상반기 무역흑자(107억4,000만달러)는 지난해 동기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었고 올 5월 광공업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에서도 6월 취업자 증가폭이 40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9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소비 또한 줄어 6월 대형마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은은 7월 말 발표할 예정인 2ㆍ4분기 경제성장률도 좋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한은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성장률 전망치 하향 등을 종합해볼 때 경제성장률 3%도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유로 지역 재정위기가 장기전으로 들어간데다 정부의 재정투입 계획이 예상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전망치 하향 조정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국장도 "전망치는 상황 변화에 따라 연 3.0% 성장보다 위로 올라갈 수도,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밝혀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내수 전망치를 수출 전망치보다 더 큰 폭으로 낮춘 만큼 수출 부문에서의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유로 지역 등의 대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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