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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IMF경제개혁과 중소기업
입력1999-07-13 00:00:00
수정
1999.07.13 00:00:00
洪淳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1998년. 중소기업인들에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한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감에 부푼 한해였다.
지난해 우리경제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2만3,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쓰러지는 미증유의 대량 연쇄부도 사태를 겪었다. 당좌거래를 하지 않는 업체까지 포함하면 작년 한해동안 쓰러진 중소업체의 수는 몇배로 늘어난다. 한마디로 중소기업인들에 너무도 모질고 고통스런 한해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소용돌이 속에 살아남은 기업인들은 부푼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부도를 냈던 중소경영자들도 꿈을 잃지 않고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유는 단하나. 「중소기업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현정부는 출범초 270만 중소기업인들에 한가지 약속을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이 고통받던 시대는 끝났다. 새정부는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편해 나가겠다』 이른바 중소기업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참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돌입하고 경제개혁이 시작된지 1년반이 지난 오늘, 중소기업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중소기업의 고통은 해소됐고 경제구조도 중소업체중심으로 이행되고 있는가. 불행히도 대부분 업체들은 아직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육성의지의 표명이 곧 중소기업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한번 절감하게 된다.
당초 기업구조조정은 재벌의 과다한 차입의존 및 선단식 경영행태를 개선시키고자 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당초 의도와는 다르게 나타났다. 재벌의 소유 지배구조와 산업집중은 더욱 심화됐고 재무구조도 수치상으로만 개선됐을 뿐이다. 기업구조조정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뜻한다.
추진계획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할 때 그 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나게 될 중소기업의 피해를 예상하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의 이행방안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이는 준비부족으로 흐지부지됐고 그 대가는 수많은 업체의 연쇄도산과 개념의 혼란으로 나타났다.
금융개혁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의 퇴출 및 인수합병이 이들 은행과 거래관계를 유지해온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진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대비책 없이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높은 5개 은행을 퇴출시켰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해서야 불을 끄기 위해 허둥댔다.
재벌의 금융독점 심화와 관련해 감독당국이 정말 재벌에 의한 금융지배 심화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간다. 금융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정상화하고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추진했던 금융구조조정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으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그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선진기법의 도입을 통해 금융산업을 효율화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담보나 신용보증이 없으면 업체에 대한 대출을 회피하고 있다. 비록 금융기관의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건전성은 높아졌지만 금융개혁의 본래 목표였던 선진화는 아직 진전되고 있지 않다.
물론 성과도 많았다. 극심했던 신용경색현상이 해소되고 금리도 하향안정화돼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금융비용부담이 줄었다. 또 어음부도율이 떨어지고 부도업체수도 크게 줄었으며 창업도 늘고 있다.
그러나 공정한 거래질서가 확립돼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이 가능하고 금융구조가 선진화돼야 자금난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것임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중기 중심의 경제구조로의 이행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 진정으로 중소기업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정책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지지부진한 대기업 구조조정은 당초 의도대로 추진하되 시장원리에 맞게 그리고 법과 제도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금융구조조정은 재별의 금융지배 및 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 새로운 금융기관의 시장진입을 장려하고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금융기법 및 관행이 하루속히 선진화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개혁은 원칙에 흔들림 없이 속도감있게 진행돼야 한다. 원칙이 무너지면 개혁은 표류하게 되고 지연은 개혁을 실종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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