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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3> 사공 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입력2004-08-03 19:01:23
수정
2004.08.03 19:01:23
최수문 기자
"한국경제, 위기아닌 도약 기회"<br>'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br>안팎 어려움 많지만 全국민이 힘 모으면 다시 일어설수 있어<br>노사평화 이룩해야 투자의욕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날것
[국내외 경제전문가에 듣는다] 사공 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한국경제, 위기아닌 도약 기회"'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야안팎 어려움 많지만 全국민이 힘 모으면 다시 일어설수 있어노사평화 이룩해야 투자의욕 살아나고 일자리도 늘어날것
사공 이사장의 '성장 비책'
글렌 허버드 美컬럼비아대 교수
장수광 中톈쩌 경제연구소장
약 력ㆍ1958.2 경북고 졸업
ㆍ1964.2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ㆍ1966.9 UCLA 경제학 석사
ㆍ1969.9 UCLA 경제학 박사
ㆍ1969~1973 뉴욕대학교 교수
ㆍ1973~1982 KDI 재정 금융실장 / 부원장
ㆍ1983 산업연구원장
ㆍ1983~1987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ㆍ1987~1988 재무부 장관
ㆍ1989~1998 IMF 특별고문
ㆍ1998~2000 ASEM 비젼그룹(AEVG) 의장
ㆍ2000~2002 대외경제통상대사
ㆍ2001. 4~2002. 3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위원
ㆍ2003. 6~현재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위원
ㆍ1993~현재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서울경제신문 창간 44주년 기념 릴레이 인터뷰에서 만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한국경제의 좌표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갖은 어려움이 있고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나 위기를 맞아 결집한다면 우리경제가 도약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공 이사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한 필수 과제로 노사 평화와 교육 혁신을 강조했다.
▲하반기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경제가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수출이 잘 되는 데도 경기가 안 풀리는 것은 내수 부진 탓입니다. 특히 GDP의 55%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작년2분기부터 마이너스를 기록중입니다. 설비투자도 작년 2분기부터 줄어들고 있습니다. 민간소비가 저조한 것은 과거에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쓴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채가 유례없이 높아졌고 신용불량자도 400만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투자가 부진하고 고용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설비투자 압력이 점점 커져 결국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에 있고 유동성도 비교적 풍부하며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80%이상입니다. 그래도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부진의 이유를 비경제적 측면에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안보와 정치상황에서부터 노사문제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적 요인이 제거 또는 완화되지 않는 한 투자가 크게 늘어나기는 힘듭니다. 하반기 전망은 이런 여건들이 얼마나 개선될 것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치열합니다.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데요.
-‘위기’를 과거 환란과 같은 차원의 위기로 본다면 현재는 위기가 아닙니다. 위기 논란 자체가 무의미한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투자가 계속 저조한 가운데 성장잠재력이 줄어 드는 상황은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차원에서는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론에 빠져 있던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조짐이 완연합니다.
-일본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우리에겐 긍정적 신호입니다. 지난 10~15년 동안에는 미국이라는 하나의 엔진만 작동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 2엔진인 일본의 회복은 세계경제 전체에도 좋은 일입니다.
▲나날이 교역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이어갈지, 연착륙이 가능한지 관심입니다.
-중국경제가 경착륙을 하느냐 연착륙을 하느냐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지난 20여년간 9%대의 성장을 유지한 중국이 성장 속도를 7~8%로 조정한다면 연착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로 연착륙에 성공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다만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아시아지역 및 세계 경제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큽니다.
▲미국경제도 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미국이라는 그 큰 경제가 4~5%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피땀나는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그 성장세가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감세와 각종 재정정책의 효과가 내년에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종합하면 堅? 일본, 중국경제 모두가 내년에도 좋겠지만 올해만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대외여건도 내년이 상대적으로 안좋아 진다고 봐야 하겠지요. 대외경쟁력을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유럽에서는 노동조합이 양보하는 분위기입니다. 임금인상 없는 근로일수의 증가 등이 그 사례입니다.
-기업투자 활성화는 경기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전투적인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투자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고임금도 문제지만 노사관계 때문에 임금인상이 생산성 이상으로 정해지는 게 문제입니다.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나라에 국내외기업의 투자가 왕성할 리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은 13%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강성노조의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근로자 스스로 일자리를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긴 안목에서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데 협조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기업투자가 늘지 않습니다. 일자리는 생기지 않고 성장잠재력은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통제 가능한 변수 이외에도 우리 스스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대외변수도 경제에는 부담입니다. 북핵 문제, 미국의 대선 등을 어떻게 보십니까.
-대선결과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를 갖고 오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대외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 국민과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은 미국은 오늘날 국제질서를 창출하고 주도해가는 유일한 수퍼파워라는 사실입니다. 싫든 좋든 현실을 받아들여 미국과의 동맹관계와 돈독한 외교관계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도 결국 미국과 잘 협조를 하는 데 있습니다.
▲전세계가 무역전쟁에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이런 조류에서 제외돼 있는 형국인데요.
-현재 세계는 다자주의와 지역주의체제가 병행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우리처럼 힘없는 나라로서는 다자주의가 최선의 길입니다. 힘이 없기 때문에 다자주의인 WTO 체제 옹호에 적극 나서고, DDA에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역주의에서도 소외되면 안됩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가능하면 많이 맺어야 합니다. 멕시코와 일본이 FTA를 맺었는데 우리는 맺지 않는다면 불리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진짜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미국과의 FTA입니다. 물론 농업 등 문제는 많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구조조정은 필요합니다. 연구중인 한ㆍ중ㆍ일 FTA에도 적극 참여해 리더십까지 발휘해야 합니다.
▲요즘 같아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과연 오겠냐는 회의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남미형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한국은 절대 폭삭 망하지 않습니다. 5,000년 역사가 말해 줍니다.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그 동안 우리말과 문화 등을 유지해왔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는 위기가 오면 결속하는 지혜가 있습니다. 민족적 정체성(Ethnic Identity) 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데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은 있지만 다른 개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잘하고 있습니다. 물론 잘못하면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립니다. 특히 거대한 중국의 변방 일개 약소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우리 모두 정신차려야 합니다.
정리=최수문기자 chsm@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입력시간 : 2004-08-0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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