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분위기상 공기업 내부적으로도 과도한 복리후생을 줄여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있지만 정부의 실패를 모두 공기업의 책임으로 돌리고 공기업 스스로 구조적인 부채 문제까지 해결하라는 식의 해법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기업들은 특히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방침을 밝히며 대대적인 임금삭감 등을 추진하는 와중에서도 일부 공기업 사장에 다시 정치인 등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너무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공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를 공기업 노조가 받아들이며 체결되는 임단협이 사실상 과도한 복리후생을 만들어온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공기업 사장 인사 시스템을 개혁해야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공공기관 개혁안 역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기재부는 일부 공기업들의 복리후생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기관 이름과 복리후생 사례를 적시했지만 일부 공기업들의 사례는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인사팀의 한 관계자는 "대대적인 공공기관 개혁안을 내놓는다면서 구체적인 복리후생 사례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번 공기업 개혁이 너무 조급하게 처리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내부에서는 정부의 '책임 돌리기 식' 공기업 개혁이 계속될 경우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 당장은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고 형식적인 조직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겠지만 이런 식의 개혁은 1~2년만 지나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공기업의 전임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방향부터 인사까지 정부 입김이 안 닿는 분야가 거의 없다"며 "공기업 사장의 역할이 겨우 그 정도로만 제한되다 보니 낙하산 인사가 와도 그냥 흘러가는 것인데 이런 식의 공기업 시스템으로는 현재의 문제점을 개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고강도 개혁 주문에 따른 공기업들의 자체 쇄신안 발표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원전비리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한국수력원자력도 이날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165%(현재 181%)로 개선하고 간부직의 절반 이상을 외부 인사로 채우겠다는 개혁안을 내놨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간부 직급은 물론 차장급 직원에게까지 내년 임금 및 성과급 반납을 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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