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 2일 8% 넘게 급락했다. 6월7일 삼성전자의 트라우마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업황과 실적 측면에서 볼 때 이 보고서의 내용이 다소 무리라며 SK하이닉스에 대해 기존의 '매수' 관점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8.72%(2,750원) 내린 2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이어지던 상승세가 꺾인 동시에 그간 상승폭을 전액 반납했다.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전날 네덜란드계 글로벌 증권사 CLSA가 내놓은 투자의견 매도 보고서 때문. CLSA는 PC용 D램 가격이 여름부터 하락하고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3ㆍ4분기를 꼭짓점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하며 투자의견을 기존의 매수(O-PFㆍ아웃퍼폼)에서 매도로 변경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은 6월7일 삼성전자가 JP모건의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에 6% 넘게 급락했던 것과 같았다.
국내 전문가들은 CLSA가 지적한 내용이 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업황 전망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는 인정하면서도 정도나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세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모바일 D램 비중을 높여나가는 반면 PC용 D램 생산은 오히려 줄여가고 있어 PC용 D램 가격이 올 여름을 정점으로 하락한다고 하더라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삼성전자도 PC D램에서 모바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어 PC D램 가격의 하락폭도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외국계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도 "하반기 중국 시장의 하이브리드PC나 태블릿PC 수요를 고려하면 PC D램 시장은 내년까지 굳건해 회사 내부적으로도 SK하이닉스를 사들일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오히려 매수에 나섰다는 점에서 볼 때 레포트의 신뢰성이 크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삼성전자의 사례와 달리 CLSA의 매도 보고서가 나온 이날 외국인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6월7일 JP모건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자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652억원어치 내던졌지만 이날 SK하이닉스는 오히려 5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편 이날 795억원어치를 내던지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던 기관에 대해서는 차익실현 매물이라고 평가했다. 기관이 상대적으로 주가가 견조했던 SK하이닉스를 내다파는 대신 삼성전자 등 최근 주가 조정폭이 컸던 대형주로 갈아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 전반의 불확실성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이엔드 모바일 기기에 대한 수요 불확실성은 4ㆍ4분기 이후 반도체 수급 여건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여기에 국내외 기관 투자가의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분율도 역사적 고점을 형성하고 있어 3ㆍ4분기 이후 분기 실적 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는 점이 주가 측면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도 "현재 국내 증권사의 경우 내년 이후까지 반도체 시장에 대한 업황과 SK하이닉스의 실적을 좋게만 보고 있다"며 "그러나 모바일 시장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등장하고 있어 내년 반도체 시장의 업황에 대한 고민이 3ㆍ4분기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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