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본격적인 여의도 시대를 연다. 출범 후 명동에서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면서 상처로 점철됐던 KB금융지주가 전 조직을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물리적 이동에 그치지 않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상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달 중순 전 부서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옮긴다.
윤 회장은 취임 직후 일부 부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전략·인사·홍보·리스크 등 핵심부서의 이동이 예상됐지만 대상을 전 조직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난 9월 말 현재 지주 전체 임직원은 186명이며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12년 3월 말에 비해 20여명가량 늘었다. 이들은 현재 명동 본점 3개 층을 나눠쓰고 있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아직 지주와 은행 간에 세부협의가 끝나지 않아 확정안이 나오지 않았는데 일단은 지주 모든 부서가 여의도로 이동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 상태"라고 말했다.
명동과 여의도 본사 모두 국민은행 소유로 지주는 은행과의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KB지주는 지난해 12월30일 본점 슬림화를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리스크·전산·홍보 등은 지주-은행 간 겸업이 결정됐고 여의도 본점에 있던 KB경영연구소는 여의도 세우빌딩으로 이전하기로 해 공간확보는 어렵지 않다 .
특히 KB금융 지배구조 리스크의 상징적 공간이었던 여의도 본점 13층 회장 집무실도 폐쇄된다.
어윤대 전 회장 시절 만들어진 회장 집무실은 이용되지 않으면서 공간만 차지해 '옥상옥의 상징물'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은행의 경우 본점 인력을 한꺼번에 수용할 사옥을 마련하지 못해 세우빌딩·명동사옥 등 세 곳에 나누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지주가 여의도 시대를 열게 됨에 따라 지배구조 안정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일부터 이틀 동안 일산 연수원에서 열린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윤 회장은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 40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리딩뱅크 지위 회복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우리가 그 땅에 못 들어가더라도 후배들이 빛을 볼 수 있는 만큼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로 가는 전환점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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