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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제 방어의 한계
입력2003-07-15 00:00:00
수정
2003.07.15 00:00:00
지난해 5월 뉴욕 시티그룹 빌딩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가진 설명회에서 제프리 존스 당시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헐리웃 영화사들이 한국이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면 한국 영화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한국 영화산업의 실정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한국에선 쿼터 이상의 상영일수 동안에 국산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한국은 영화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필름의 내용과 질이 좋아지고 있고, 한국 사람들도 이제 한국 영화를 더 많이 찾고 있다.”
그러자 한 투자자가 일어나서 “한국 영화가 좋아졌다는 것과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존스 회장이 머쓱해 졌다.
또 다른 얘기. 지난해 여름 한국 상공인들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 국무부 관리가 “문성근과 명계남이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국무부 관리는 스크린쿼터제를 풀지 않으면 한ㆍ미 투자협정(BIT)도 체결하지 않겠다는 연계 정책을 밝히며, 노사모의 중심 인물이 스크린 쿼터제 철폐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를 지켜본 후 협상에 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엔 노무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시절이었다. 미국으로서도 스크린 쿼터제 해제로 얻는 실익이 적지만, 헐리웃 배우들이 워낙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BIT와 연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서 스크린쿼터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옹호론자들은 쿼터제가 해제되면 헐리웃의 문화제국주의에 의해 한국 영화산업이 당장 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로서는 수세적 입장에 처해 있다. 김대중 전 정부는 외환 위기 극복 과정에서 BIT와 스크린쿼터제 연계 카드에 동의했고, 지난해말까지 약속을 이행하기로 했다. 정권이 바뀌고, 새정부의 주변에 스크린쿼터제를 옹호하는 영화인들이 포진해 있다고 지난 정부의 약속을 깨기 힘든 상황이다. 또 한국 영화산업이 질적으로 발전해 쿼터 이상의 시장을 장악하면서도 쿼터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문화제국주의로만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 드라마로 인해 베트남인들이 밤잠을 설치는 등 동아시아에서 부는 한류 열풍도 제국주의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가라는 미국인들의 반박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경쟁력 없는 산업을 보호하기도 힘든 것이 무역자유화시대의 논리인데, 경쟁력있는 산업마저 국수주의적 관점에서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드는 길이 아닐까.
<뉴욕=김인영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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