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부품소재 기업 국내 유치 나선다<br>TF 가동해 원천기술 강화·對日 의존 점차 축소<br>日 "한국에 부품 우선 공급"…中등 따돌릴 계기로
 |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정부가 한일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재편을 꾀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의 한 연구원이 융합부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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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는 18일 '일본 대지진에 따른 3월 대일 수출입 영향분석'을 통해 지난달 11일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3월 일평균 수출액은 증가세, 수입액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급격한 교역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수입에 있어 반도체 장비가 전년 동월 대비 25.3% 감소했지만 주요 품목 수입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일본 대지진이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상황을 뜯어 보면 쉽게 지나쳐갈 문제는 아니다. 자동차의 엔진부품, 반도체의 실리콘웨이퍼, TV의 기판유리 등 우리 주력산업 핵심부품들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공급 받는 비중이 높아 문제가 생길 경우 즉각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생력을 높이는 한편 수입선 다변화 및 일본 부품소재기업 국내 유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졌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산 부품소재 공급 차질이 전세계 제조업체에 영향을 주는 것이 확인됐다"며 "국내 경쟁력을 높이면서 한일 혹은 한ㆍ중ㆍ일 간 협력을 촉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 기업, 한국에 우선 공급=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최근 공장 가동을 재개한 일본의 핵심 부품 공급 기업으로부터 "한국 업체에는 무조건 공급 날짜를 맞추겠다"는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1~3개월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2ㆍ4분기 이후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하는 우려로 문의한 것에 대한 답변 차원이다.
반도체 장비 등 일본의 주요 부품소재 업체들은 생산량 감소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글로벌 선두인 국내 기업들을 우선 순위에 놓았다. 업계 1ㆍ2위인 만큼 '바잉파워'를 감안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들로서는 중국ㆍ대만을 더욱 따돌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대만이 웃돈을 주고라도 핵심 부품 공급을 받으려 했지만 일본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설도 나온다.
◇부품소재 강화로 산업구조 재편=사실 부품소재 분야 국내 유치 및 고도화는 대일 무역역조만큼이나 해묵은 과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부품소재투자협력센터를 출범해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중심으로 투자 유치 촉진을 꾀하고 있다.
또한 부품소재 신뢰성기반기술확산사업 등을 통해 해외수요기업과의 글로벌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기술력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일본 부품소재기업 인수합병(M&A)도 유도해왔다.
이번에 정부가 '국내 산업구조 대응전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것은 근본적인 시각에서 부품소재 산업 경쟁력에 대해 접근하기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핵심 원천기술에 대한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면서 부품소재 전용공단을 통한 일본 기업 유치 등 전방위적인 접근을 통해 대일 의존도를 차근차근 줄여나가면 산업구조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일본 외에 주요 선진국으로 수입선을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도 높아졌다. 최근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주요 핵심부품의 경우 일본이 아닌 타 국가 업체들로부터 제공 받는 것이 가능하지만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약 3달가량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들도 사업전략 변화=해외 업체들의 아시아 사업전략도 바뀌는 추세다. KOTRA 시카고 무역관(KBC)에 따르면 미국 업체들은 일본 지진 사태로 인해 아시아 지역 사업 전략 및 공급 채널 운영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계 장비를 생산하는 A사는 과거 일본 위주 사업 구조에서 위험 분산을 위해 점차 한국ㆍ중국ㆍ인도 등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세계 2위 자동차 칩 전문 생산업체인 프리스케일세미컨덕터사는 이번 지진에 피해를 입은 일본 공장을 폐쇄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대체 지역을 물색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부품 1차 공급 업체의 경우 일본 지진 사태로 부품 공급업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과거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공급업체 수를 줄이려던 것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다수 부품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외에 일본 금형기업의 30%가 올해 말까지 태국으로 제조기지를 옮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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