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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신용등급 평가 … 회사채시장 왜곡

신평사 느슨한 잣대에 'AA' 발행금리가 'A'보다 높고 같은 등급내 양극화도 심화

발행기업 입김에 강등 소극적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동양그룹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기업들의 신용평가에 느슨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수준과 신용등급이 다르다 보니 'AA'등급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A'등급 회사채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용등급이 왜곡되면서 같은 등급 내에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AA-)은 최근 5년 만기의 무보증 회사채 발행금리로 연 4.207%를 확정했다. 민간채권평가사 3사(한국자산평가·KIS채권평가·나이스P&I)가 5년 만기 회사채에 매긴 평균 수익률에 0.37%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의 발행금리는 'AA-'등급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같은 신용등급인 현대건설이 지난달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3.766%였다. 이는 민간채권평가사 3사의 평균금리보다 0.03%를 가산한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의 발행금리는 'A+'등급인 대상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다. 대상은 지난 1월 5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로 3.824%를 결정했다. 5년 만기 회사채 민평 수익률에 0.22%포인트를 차감한 수준이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발행금리는 신용등급 외에 발행 주기, 물량 등을 고려해 결정되지만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이 시장이 평가하는 수준보다 과대평가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의 왜곡으로 인해 'A'등급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회사채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이지만 일부 회사채는 수요가 부진하다. AJ렌터카(A-)는 지난달 2년 만기와 3년 만기 회사채 총 6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000억원이 몰려 발행액을 200억원 늘렸다. 반면 SK케미칼(A0)은 1,200억원의 회사채 발행과 관련, 650억원이 청약되는 데 그쳤다. 태영건설(A0)은 4년 만기물(300억원)에는 300억원이 청약됐지만 3년 만기물(200억원)에는 청약 물량이 전혀 없었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사들이 실제로는 'BBB'급인 회사들에 'A'등급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늬만 A등급인 회사들과 실제 A등급인 회사들이 섞여 있다 보니 A등급 전체의 평가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등급 내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강등에 소극적인 것은 발행기업의 입김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12년과 지난해 신용등급을 강등한 기업 가운데 30%가량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신용평가 업무를 다른 신용평가사에 맡겼다고 밝혔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행법규상 회사채 발행기업이 신용평가사 3곳 가운데 2곳을 택해 신용등급을 받으면 되는 구조여서 신용평가사가 발행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가 스스로 정한 평가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 한다는 지적도 많다. 금감원은 지난해 동양그룹 사태가 벌어진 후 신용평가사에 대해 등급 평가방식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금감원은 아직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평가에 관한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원은 "신용평가사들은 객관적이고 적정한 등급산정을 위해 산업별 평가기준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가방법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 등급은 평가방법론의 모델이 제시하는 것보다 한 등급 이상 높게 매기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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