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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한국 채권 사상 가장 낮은 금리로 달러채권 발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투자가들의 시각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경기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로 성장탄력이 둔화된 다른 신흥국과 달리 한국 경제는 견고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고 그 선봉에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공기업보다 낮은 금리로 달러채권을 발행했다는 점은 향후 국내 공기업과 금융회사ㆍ대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에도 조달금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업계는 삼성전자가 80bp(1bp=0.01%포인트)의 낮은 가산금리로 달러채권을 조달할 수 있었던 이유로 ▦2일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 상향 조정 ▦유럽 재정위기 완화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채권을 발행한 점 ▦금융위기 이후 우량 회사채 수요가 증가한 점 등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2일 해외투자가들에게 '미국채 5년물(T5)+100bp' 수준으로 발행한다고 위스퍼링(whispering)하고 해외투자가들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뉴욕 시각으로 오전11시30분께 'T5+90bp'수준에서 발행한다고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위스퍼링이란 최초 가이던스를 제시하기에 앞서 IB를 통해 해외투자가들의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이후 달러채권 수요가 쇄도하면서 'T5+80bp'에서 발행금리를 최종 결정했다. 표면금리는 1.75%, 만기수익률은 1.827%였다.
삼성전자는 흥행몰이를 위해 뉴욕과 보스턴ㆍ시카고ㆍLA 등에서 잇따라 로드쇼를 전개했는데 15년 만에 달러채권 발행에 나서는 희소성 탓인지 연일 해외투자가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삼성전자의 채권 발행금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동일 만기의 달러채권을 발행한 한국석유공사의 발행금리가 T5에 가산금리가 210bp였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공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달러를 조달한 것이다.
해외투자가들에게 삼성전자는 IBM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ㆍ구글ㆍ델ㆍ시스코ㆍ인텔ㆍHP 등과 같은 기업으로 인식됐다. 동일 만기의 IBM 채권의 유통금리는 65bp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SEA)이 발행하고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는 형태이지만 이를 이머징마켓 채권으로 간주한 투자가는 없었다. 삼성전자아메리카가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자금운용의 효율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을 쌓아놓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만큼 자금운용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14조6,917억원으로 지난 2010년보다 5조원이나 늘었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증설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 본사로부터 증자 형태로 수혈 받는 것보다 현지에서 조달한 후 시설투자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스틴 공장이 증설할 경우 최소 6조원의 자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10억달러를 조달하는 것은 세제혜택을 노린 것"이라며 "한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삼성전자처럼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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