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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부진으로 명품의 백화점 판매 신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유독 명품시계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고객인 최상위소득 계층이 경기에 덜 민감한데다 백화점들이 앞다퉈 매장을 늘린 덕분이다. 명품시계가 혼수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롯데백화점의 명품 신장률은 7.8%로 전년 같은 기간(36.2%)의 4분의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명품시계는 13.7% 성장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명품 매출이 12% 신장한 데 비해 명품시계는 25%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신세계백화점 역시 명품시계 신장률이 30%로 전체 명품 성장률(12%)의 2.5배 수준을 기록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명품시계 판매가 40%나 급증해 명품 신장률(18%)를 압도했다.
명품의 인기가 주춤해진 가운데 명품시계만 유독 좋은 실적을 이어가는 데 대해 유통업계조차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소비경기가 가라앉았음에도 명품시계가 이처럼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
먼저 주소비층이 경기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최상위 계층이라는 점이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고급 명품시계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지만 상위 1% 중의 1% 고객의 관심품목"이라며 "이들은 경기와 상관없이 자신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에비뉴엘 기준으로 시계 매출의 남녀 성비가 6대4로 사업가나 전문직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수치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또 다른 이유는 혼수예물로 명품시계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쟁적으로 명품시계 매장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말 에비뉴엘 2층에 문을 연 명품시계 브랜드 IWC는 예물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오픈 첫날 매출이 4억원을 넘었다.
잡화ㆍ의류ㆍ화장품 등에서 강세를 보이던 루이비통과 샤넬 등이 최근 시계사업을 강화하면서 적극적인 판촉활동에 나선 것도 명품시계시장이 커지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도 매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백화점 명품시계 매출에서 외국인 구성비는 약 10%에 이르며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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