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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시장 잠식하는 일본계 금융사, 그 빛과 그림자

명, 막대한 증자 대금… 업계 활력소 '메기'

암, 변종영업… 시장질서 흐리는 '미꾸라지'


지난해 흘러온 돈만 1조 넘어… 부실저축銀도 모조리 사들여

국부유출 논란 재점화 가능성… "공적역할 제대로 할지…" 우려


SBI저축은행이 이달 중으로 747억원을 수혈받는다. 오는 9월 말로 예정된 계열 저축은행(SBI2·3·4) 통합 과정에서 증자 대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렇게 일본으로부터 국내에 흘러온 돈만 1조원이 넘는다. 업계 총 자산이 36조8,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일본계 금융회사의 막대한 자금력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일본계인 J트러스트·러시앤캐시도 적극적으로 국내 시장에 손을 뻗고 있다. 두 회사는 현재 매물로 나온 대형 여전사 아주캐피탈을 실시하고 있다. J트러스트가 SC저축은행·SC캐피탈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에 러시앤캐시가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일본계는 항상 목이 마른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일본계 오릭스 그룹이 푸른2저축은행을 인수해 OSB저축은행(옛 오릭스저축은행)을 출범시킨 이래 일본계 자금의 국내 잠식이 급속화하고 있다.

4년이 지난 현재 일본계 금융사의 현주소는 '업계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메기'에서 '변종 영업(NPL채권 매입)으로 시장질서를 흐리는 미꾸라지' 등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말이다.

◇증자에 자금회수 도움까지…일단은 활력소 역할=SBI저축은행은 지난 1년간 1조원 넘는 증자 대금을 끌어왔다. 외부투자자로부터 자금 유치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해당 자금이 투입되자 SBI뿐만 아니라 업계까지 숨통을 틔워줬다. 분기마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봤는데 증자 및 정상화 작업으로 손실 폭이 대거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6년 만에 첫 흑자(238억원·2014년 4~6월)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도 "내년 회계연도에는 흑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칠 정도다.



긍정적 사례는 또 있다. 러시앤캐시가 골칫덩어리던 가교저축은행 예주·예나래를 모조리 사들인 것. 이로써 예금보험공사는 2003년 설립 이래 관리·보유하던 10곳의 저축은행을 모두 정리했다는 명분, 총 4,800억원을 출자해 얻은 1,100억원의 이익을 동시에 얻었다. 앞서 J트러스트가 부실저축은행이던 미래를 인수하고 해당 직원들을 고용승계한 점도 일본계의 긍정적인 면이다.

◇부실채권 인수, 변종영업에 대부업체 색깔 못 지워=SBI 측은 합병 뒤 2019년 6월 말이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4.61%, 당기순이익 2,328억의 정상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요원한 듯하지만 시일이 당겨지고 일본계의 추가 진출이 가시화하면 국부 유출 논란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

일본계가 대출자산을 정상적으로 늘리지 않고 대부업체부터 동종업계까지 전방위적으로 사들이는 변종 행태도 눈여겨볼 점이다. SBI는 올 들어 은행이 내놓은 NPL채권을 99%의 낙찰률에 사들이기도 했다.

사실상 제 값을 준 셈이다. 이달 중 1조원 상당의 NPL채권 시장이 열리면 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분석이다. J트러스트는 하이캐피탈대부·케이제이아이대부 등을 인수해 기존 네오라인크레디대부 자산까지 총 세 곳의 대부자산을 친애저축은행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A저축은행 대표는 "일본계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면서 "단적으로 단박대출·원더풀론 등 대부업체 상품 이름이 흘러들어오고 창구에서 오케이 사인을 한다든지 하는 행태를 보면 공적이라 볼 수 있는 수신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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