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2월18~24일)을 앞두고 해외 시장의 폐지 수요가 폭증하면서 폐지 가격이 오르는 데다 물량 확보마저 힘들어져 국내 골판지상자 생산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골판지 재료가 되는 폐지(OCC : Old Corrugated Containers) 수입 가격은 톤당 255달러에서 10월은 262달러, 11월에는 260달러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춘절을 앞두고 포장 및 택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골판지 상자 원재료가 되는 폐지 역시 덩달아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여간 톤당 250달러 수준으로 안정 기조를 유지했던 OCC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골판지 상자 생산업체들은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설상가상으로 폐지 가격 상승에다 물량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진 점이다.
실제로 수입 폐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내 폐지에 대한 중국 측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9월 7,946톤에 불과하던 수출 물량이 같은 해 11월에는 1만 5,967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수입 물량 확보에는 비상이 걸리면서 같은 기간 수입 물량은 2만 2,071톤에서 1만 5,013톤으로 확 줄어 들었다. 세계 최대 폐지 수요처인 중국이 블랙홀처럼 물량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게다가 국내 폐지 가격도 지난해 11월 톤당 2만원이나 오르면서 골판지상자 생산업체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폐지 가격은 지난해 톤당 12만~13만원 선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 물량이 늘어나 가격이 15만원 선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폐지 가격 인상에 따라 국내 골판지 업체는 단가 인상 압박에 시달리게 됐고, 이는 결국 택배나 마트 등 국내 물류 시장에도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우려된다. 김진무 골판지포장조합 전무는 "중국의 주요 골판지상자 생산업체들이 OCC 구매량을 확 늘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춘절 특수에 대비하기 위해 펄프와 OCC 물량을 대량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연초는 주요 수요층인 택배나 마트 등 대기업과의 구매 재계약 시점인데, 벌써부터 원재료인 폐지의 국제 시세가 요동을 치고 있어 업체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며 "대부분 영세한 국내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들로서는 가격 인상 요인을 떠안고 생산을 지속할 수 없는 입장이라 올해 골판지상자 완제품 가격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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