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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벤처] 2. 코스닥·벤처산업 동반추락
입력2000-07-25 00:00:00
수정
2000.07.25 00:00:00
서정명 기자
[기로에 선 벤처] 2. 코스닥·벤처산업 동반추락창투사 이익실현 급급 '벤처 돈줄' 취지 무색
코스닥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덩달아 벤처기업들도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지난 3월초 292.55포인트의 고점을 기록했던 코스닥지수는 50%이상 하락한 110선까지 떨어지며 약세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에 양호한 자금을 공급해 육성을 측면지원한다는 코스닥시장의 당초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지난 3월이후 장기간의 조정국면에 돌입하면서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인 벤처기업들도 자금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최근에는 공모주시장마저 대주주의 과욕과 기관들의 이기주의에 의해 혼란에 빠져있다.
코스닥시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대부분의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와 기업의 펀드멘털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수급불균형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창투사와 벤처기업 대주주들의 물량매도 등도 수급악화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캐릭터 사업을 전개하는 C업체의 경우 국내 굴지의 통신업체와 벤처캐피털로 부터 유상증자 참여의사를 전해받고 사업 다각화와 시설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코스닥시장 급락과 자체 자금사정을 이유로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하면서 자금조달 및 신규사업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급 불균형 심화=코스닥 업체들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 및 유무상증자 등 공급물량이 수급을 악화시키면서 코스닥시장의 체질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올들어 유상증자 건수와 금액을 보면 지난 1월 3,629억원(16건)에 불과했던 것이 2월 6,239억원(21건), 3월 5,305억원(18건), 4월 7,544억원(18건), 5월 6,178억원(32건) 등 1월이후 월평균 6,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6월에는 3,371억원(22건)으로 다소 주춤하기도 했지만 7월에는 24일 현재 1조6,000억원을 나타냈다. 모두 4조8,276억원에 달한다.
무상증자 건수와 규모도 지난 1월 10억원(1건)에 불과했던 것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며 지난 7월까지 2,118억을 기록했다.
유무상증자와 함께 해외전환사채 등 주식형 채권발행도 매월 7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올들어 1조원에 달했다.
반면 시장에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거래대금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 4조1,000억원에 달했떤 일평균 거래대금은 7월들어 2조3,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43%의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익실현에 발빠른 창투사와 기관, 대주주=증시 전문가들은 창투사들이 등록전 벤처기업에 헐값으로 증자에 참여하고, 코스닥 등록직후 고가에 물량을 대거 처분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창투사의 경우 등록후 1주일 이내에 총발행주식수의 10~20%에 달하는 물량을 토해내고 있어 개별종목은 물론 시장의 추세흐름을 가로막고 있다.
『우호적 관계유지를 약속했던 창투사들이 보유물량을 등록직후 대거처분하고 있어 주가탄력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하루만에 총발행주식수의 20% 가량을 팔아치우는데는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을 느낍니다』
인터넷 보안 등 시스템 통합업체인 H사 O사장은 창투사들의 물량처분 과정을 지켜보면서 등록업체와 창투사간 유지되었던 협력관계가 일시에 무너지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최대주주들의 이익실현성 물량처분도 장세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보호예수기간(등록후 6개월)이 완료되면 벤처기업 대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들이 물량을 처분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투신 등 기관들도 수요예측과정(기관투자자 대상 예비청약)에서 서로 담합해 가격을 하향조정하는가 하면 의무보유약속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서 등록후 보유물량을 처분하고 있다.
인터넷 교육사업을 전개하는 K사 C대표는 『코스닥시장이 창투사와 일부 기관들의 왜곡된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창투사 지분을 받는 것은 오히려 기업에 해(害)가 되고 있으며,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업내실을 다져 주주에게 배당을 많은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부담되는 신규등록 물량=신규등록종목의 공모물량은 향후 코스닥시장의 추세반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월 1,475억원(15건)에 불과했던 공모금액은 지난 4월 1,823억원(11건), 5월 1,926억원(11건), 6월 7,215억원(26건) 등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무상증자 및 전환사채, 창투사지분 등에 더해 신규등록 물량이 장세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투기장으로 변하는 코스닥시장=개인들의 비중이 95%에 달하고 기관과 외국인의 시장참여가 저조한 가운데 개인들은 일중 가격등락폭을 이용한 초단타매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 인해 개별종목은 물론 지수전체가 크게 출렁거리며 코스닥시장이 투기장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의 수요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투자하는 펀드 등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등 세제혜택을 부여해 코스닥시장의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코스닥 지수선물을 도입해 위험회피 수단을 제공하는 방안을 조언하고 있다.
서정명기자VICSJM@SED.CO.KR
입력시간 2000/07/2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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