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만은 못하지만 여전히 아카데미상 만큼 영화 흥행에 큰 힘을 실어주는 상도 드물다. 매년 선정 작업과 수상작들을 놓고 ‘음모론’까지 펼쳐지지만 여전히 아카데미 수상작들은 할리우드 특유의 매끈한 흥행성과 ‘적당한’ 예술성, 당대 최고 영화 스타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전세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오는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릴 7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국내 극장가에 ‘아카데미 특수’를 기대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후보작에 선정된 영화들은 후보에 올랐다는 걸 광고 문구 첫머리에 새겨넣고 설을 전후해 굵직한 한국 영화들과 경쟁을 벌인다. 지난 해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시카고’(2002), ‘뷰티풀 마인드’(2001), ‘글래디에이터’(2000) 등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본 톡톡한 흥행 재미를 이어갈 태세다. 가장 눈에 띄는 영화는 단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에비에이터’. 18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가장 많은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에비에이터’는 20세기 중반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 제작자이자 세계 최대 항공사 TWA를 인수하며 항공 재벌에 올라선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3시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디카프리오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지루함을 잊게 하기 충분하다. 역시 수상작에 노미네이트된 ‘레이’와 ‘사이드웨이’도 18일 함께 국내에 선을 보인다.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소울 가수 레이 찰스의 인생을 담은 영화 ‘레이’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던 레이 찰스가 마약에 빠졌던 모습이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던 ‘사이드웨이’는 와인 기행을 떠난 두 남자가 두 여인을 만나며 겪는 사랑과 우정의 에피소드를 담아낸 작품이다. 골든글러브에서 남녀조연상을 수상했고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남녀조연상 후보에 오른 ‘클로저’는 3일 개봉작. 각각 사랑하는 두 커플의 얽히고 설킨 서로간의 진실을 확인하며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대화의 ‘성찬’으로 풀어냈다. 스트립 댄서 ‘앨리스’를 연기하는 나탈리 포트만의 영화 후반부는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방점’을 확실히 찍는다. 이 밖에도 오는 25일 개봉작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소설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 베리의 삶을 그린 영화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조니 뎁) 등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음악상 등에 오른 ‘코러스’와 클린튼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3월 중 관객들과 만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