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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발표한 규제개혁장관회의 후속조치는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업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되 옥석은 가리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체 52건의 규제개혁 과제 가운데 41건은 수용하고 나머지 11건은 추가 검토 내지는 수용 곤란으로 분류한 것이 이런 정부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책추진의 속도감도 느껴진다.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지 단 1주일 만이다. 정부가 52개 건의사항을 수용 여부와 추진일정까지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순방 이전에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결과, 그만큼 공직사회의 압박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진작 왜 그러지 못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대책 마련도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튜닝ㆍ푸드트럭 등 현장 애로 바로 푼다=배영기 두리원FnF 대표의 호소로 주목 받은 푸드트럭은 △놀이공원 등 유원시설 내 △최소 화물적재공간(0.5㎡) 확보를 전제로 허용하기로 했다. 자동차 튜닝은 승인 대상이 대폭 축소된다. 안전에 필수적인 전조등을 제외한 나머지 등화장치는 승인을 면제해주는 식이다. 대신 정부는 불법 튜닝에 대한 단속 강화 등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뷔페영업시 관할 구역 5㎞ 이내의 제과점에서만 빵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규제는 오는 6월 중 폐지된다.
이 중 부담금 논란이 제기됐던 여천 NCC의 여수산업단지 공장 증설 문제는 지가차액의 50% 내에서 공공시설 설치비용을 부담하되 해당 비용을 지가차액 환수금에서 제외해주는 방향으로 산업집적활성화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심박 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는 다음달 관련 규정을 고쳐 의료기기 인증 없이 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운동·레저 목적의 센서는 의료기기법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방식으로 규제가 풀린다. 기업에 과도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시킨다는 지적을 받은 유사·중복 인증 문제는 6월까지 기술기준 정비와 상호인정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천송이 코트' 논란을 낳았던 공인인증서 규제는 5월 중 폐지된다. 30만원 이상 결제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한 현행 규정에서 금액한도를 없애는 방식이다. 또 해외 소비자를 위해 액티브X가 필요 없는 쇼핑몰 환경도 구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인인증서가 사용되는 경우라도 액티브X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주변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설립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사업계획 승인을 지연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시정을 권고하는 방식으로 승인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밖에 복합리조트 활성화, 토종 사모펀드(PEF) 규제 완화,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외국 유학생의 사증발급 지침 개정, 택배차량 증차, 영화산업 불공정행위 실태조사, 청년인턴제 지원 대상 5인 미만 기업 확대, 항만·경제자유구역 이중 승인의 일원화, 경제자유구역 슬림화 및 규제완화, 외국 교육기관 학과 추가 심사 간소화 등의 민원도 일부 보완책을 마련해 해소하기로 했다.
◇게임 셧다운, 가업승계 세제지원 확대 등 보류=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간 '신경전'을 야기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는 '추가 검토 과제'로 분류됐다. 두 부처의 정책방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탓에 사실상의 '보류'다. 정부는 '셧다운제'와 '게임시간선택제'로 이원화돼 있는 규제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가업승계 세제지원 확대는 지난해 세법개정 당시 공제율과 공제한도를 높이고 적용 대상도 축소한 만큼 당장 추가 지원은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의 세습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감안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장학금·학자금 융자 등에 대한 외국 대학 차별금지, 개인종합자산 관리계좌 도입, 면세한도 상향, 렌터카 운전자 알선 확대 등은 올해 안에 해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 규제는 '완화' 처벌은 '강화'=금융당국은 향후 각종 금융규제를 허용되는 것을 열거하는 '포지티브'에서 불허되는 것을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영업의 숨통을 틔워줄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의 이른바 '창구지도'나 업계 자율협약의 명목으로 추진되는 가이드라인 등 '그림자 규제'도 대거 정비된다. 다만 금융사고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제를 완화하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보상은 물론 문을 닫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로 사후처벌의 강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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